02.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5단계

난치여도 괜찮아

by 고구냥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5단계'라는 이론 모델이 있다. 뜬금없이 심리학 이론이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쇼그렌 증후군 발병 이후 심리적 안정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까지의 심리적 상태가 굉장히 유사했기 때문이다.


쇼그렌 발병 이후에 나는 많은 책을 읽었다.

원래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점차 체력도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도 많이 돼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취미생활로 독서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책을 많이 찾아 읽으려고 했다.

근데 책 종류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희귀질환이긴 한가보다. (ㅋ)


두 번째로는 심리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많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위로도 많이 받고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던 때였다.

심리학 책을 양치기 하면서 나한테 맞는 이론과 방법을 찾아내서 적용시키면서 내 생각을 바꾸어 나가려고 했다.


그러던 중에 알게 된 이론이 바로

퀴블러로스의 '죽음의 5단계'라는 이론이다.

나도 전문가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인간이 죽음이나 상실 등 감정적으로 충격적인 일을 겪었을 때 나타나는 감정상태를 말한다.

크게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의 단계로 나타난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우울의 단계에 진입했을 때쯤

이 이론을 알게 되었는데

이 이론 꽤나 신빙성이 높은 것 같다. (ㅋㅋㅋㅋㅋ)



1. 부정 단계.

자가면역질환이 의심되어

처음 병원을 다니게 된 날부터

쇼그렌 증후군을 확진받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던 시절,

크고 작은 증상들로 고등학생 때

처음 종합병원에 방문했다.

그때 자가면역질환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알러지가 굉장히 심하다는 사실도 덤으로. (ㅎ)


지금이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앞날 창창할 나에게,

이제 20대에 진입하려고 하는 직전에

웬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것이 내 발목을 잡을까.

'그래, 이건 꿈일거야.'

'검사 결과가 아무래도 잘못나온 것 같다.'

부정을 거듭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감정들이 있었지만

너무 자세하면 이야기가 무거워질 것 같아 요약해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2. 분노 단계.

예측 가능하다시피,

'왜 나야?',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희귀병에 당첨이 돼?',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돼?'라며 혼자 분노를 삼켰던 시절도 있었다.


3. 협상 단계.

분노하기엔 지쳤고,

아직 나의 상황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다.

1월 1일 새해나 조상님께 빌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아주 손에 땀나게 빌던 시절이다.(ㅋ)

'저 진짜 이것만 나으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소원이 없어요.', '착하게 살게요. 남 도우면서 살게요.' 라며 봉사하며 사는 삶과 도덕성을 강조하며 하늘께, 조상님께 끊임없이 빌었다.


하지만 바뀐 건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


4. 우울 단계.

결국 아주 우울해진다.(ㅋㅋㅋㅋㅋㅋ)

너무너무 우울하고 슬퍼진다. 상황을 바꿀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낙담하게 된다. 난 우울의 기간이 조금 길었다. 무기력해지고 아주 잠깐은 살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다. 시한부 같이 살았던 것 같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근데 이 기간 동안 책도 많이 읽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러면서 오늘 말하는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5단계라는 이론도 알게 되었고, 다양한 심리학 책도 읽게 되었다.

또, 해리포터 정주행도 했고 히가시노게이고 추리소설도 마음껏 읽었다.

역시 인생은 돌아보면 힘든 와중에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조금조금 있는 것 같다.

이때 많이 우울했지만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고 알게 된 것 같다.


5. 수용 단계.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산다.

이 과정에서 종교를 가지게 되었다.

난 원래 아주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신론을 믿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성당에 다닌다. 처음 세례를 받고도 몇 달은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며 지냈지만 '과학과 신앙 사이'라는 신부님께서 적으신 책을 읽고 의심을 거두기로 했다. 확실히 종교를 가지니 마음도 차분해지고 마음이 요동치지 않아 좋았다.

이것이 종교의 순기능?!



지금도 한 번씩 주변 친구들이나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삶을 느낄 때,

우울 단계로 넘어가기도 한다. (잠깐)

그래도 다시 마음 다잡고 동반자처럼 생각하며 지내려고 한!

그리고, 요즘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얇고 길게 살 것 같다는 생각도...(ㅋㅋㅋㅋㅋ)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각종 검사나 피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으니까 아주 나빠지기 전에 찾아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냥 '그렇게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지낸다.

이것으로 오늘의 글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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