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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활의 시작과 첫 번째 선택

이 길이 내 길일까?

by 다니

이 길이 내 길일까?


열 살 때였다. 의료사고로 내 곁을 떠난 강아지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수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어린 마음에 그렸던 단순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꿈은 내 삶의 방향을 결정지었고, 나는 그렇게 고시생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처음 고시원 방문을 열었을 때, 좁은 공간 안에서 느껴지는 적막감이 가슴을 옥죄었다. 책상, 침대, 그리고 작은 책장이 전부인 이 공간이 앞으로 몇 년간 나의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 한 조각에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첫날부터 시작된 공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고독한 싸움이었다. 두꺼운 책들은 마치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껴졌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 산들이 더 높아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발견하곤 했다. 하나의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성취감, 어려운 개념을 이해했을 때의 기쁨, 그리고 조금씩 늘어가는 지식들이 주는 작은 자신감.

밤이 깊어갈수록 고시원의 창문들은 하나둘 불이 켜졌다. 나처럼 꿈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의 불빛이었다. 때로는 그 불빛들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고, 때로는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들도 나처럼 불안하고 두려울까? 그들도 나처럼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고 있을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깨달았다. 이 길은 단순히 시험 합격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나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은 이제 내 삶의 무게가 되어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게는 단순히 부담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기도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하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매일 조금씩 달라졌다. 때로는 불안으로 가득 찼다가, 때로는 희망으로 부풀었다가, 때로는 고독함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들이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걸음을 내딛은 그날부터, 나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 길이 내 길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나의 고시생활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순히 합격이나 실패를 넘어서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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