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然
운명을 믿어?
그렇다면 우리는 운명이었을 거야
해가 져가는 시간, 우리는 지평선을 마주 보며 앉아있었다. 흐리게 보이는 주황색 하늘은 지평선 너머로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간간이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가 허전한 고요를 장식해 주었기에 우리는 넓은 하늘을 어둠이 어루만지는 찰나를 함께했다.
운명은 돌고 돌아 결국 만나게 된다고, 그러니 이어질 수밖에 없는 연이었다고. 너와 함께한 결말이 겨우 지금이라면 겸허히 한순간을 만끽하기로 했다.
우리라는 이름은 실수가 아닌 선물이었고, 지나가는 연이 아닌 필연이었기에.
우리라는 인연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이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