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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落花

by 서율

나는 스스로 낙화를 선택한 꽃이었다,
나의 낙화가 부디 이 세상에서 아름다웠길 바라며.


개화의 시기가 일었기에, 차츰 피어나는 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선을 옮기는 그 끝엔 늘 예쁜 모습을 찾아가는 꽃들이, 나를 가만히 두려 하지 않았다.
비를 머금으며, 햇살을 쬐고. 그렇게 아름다운 색을 그려내며.

서서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들 사이, 나는 유일하게 지고 있는 꽃이었다.
푸른 언덕에서 홀로 바라보는 노을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워서, 나마저도 자연에 어우러지던 순간이 그리워서. 누군가의 꿈에서 분명히 찬란하게 개화했던 나는, 스스로 낙화하기를 선택했다. 나의 낙화가 이 잔혹한 세상에서만은 부디 아름다웠길 바라며.

이제 나의 낙화를 끝으로 모두가 개화하는 세상이기를 바라며.

설령 꽃이 사라진다 한들 꽃이 발 담았던 흙마저 사라진 적이 있었던가.
잔인하게도 낙화를 택한 나는, 나도 모르게 그 흙에 다시 새로운 꽃이 피어나길 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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