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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寒

by 서율


"여름이 오면 가을에 약속해 봐,
가을이 오면 봄에 약속하고.
그러다 보면 또 봄이 오더라."


내게 그런 말을 건네는 너를, 미워할 수 없었다. 때론 그 봄이 모순인 걸 알면서도, 믿으니까. 봄이라는 단어에 담긴 따스함이 괜히 바라고 싶으니까.
고맙다고 웃어 보였다. 물론 난 너의 말처럼 봄을 기다리진 않을 테지만.

있지, 때로는 말이야.
봄이, 그렇게 간절히 기다렸던 봄이 생각보다 더 춥고 힘들어서 끝끝내 포기해 버리는 이들이 있다? 마지막 희망이랍시고 버티게 해주던 봄이, 여전히 괴로워서.
꿈처럼 달콤했으니까, 상상 속의 봄은.

그래서 나는 봄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어.
그 대신, 그저 온기를 기다리기로.

유독 따뜻한 겨울이 있어. 포근함이 눈에 들어오는 가을이 있고, 선선한 하늘이 좋은 여름도 있어.

난 꽃샘추위에 젖어 들어 금세 떠나기는 봄 대신,
유난히 반가운 온기를 기다리며 살아가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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