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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幸福

by 서율

이 순간이 꿈만 같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침을 맞이할 것처럼.


넌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잠깐의 적막이 흘렀고, 난 당황한 표정으로 널 바라봤다. 싱긋 웃어 보이며 넌 나를 이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마치 우릴 얽매고 옥죄어오는 것에서 도망치려는 몸부림처럼, 그렇게 한참을 내달렸다. 바람을 가로지를 때마다 들려오는 자연의 선율이 기꺼이 우리에게 행복을 내주었다.
"나 지금 엄청 행복한 거 알아?"
환희라면 환희였고, 기쁨이라면 기쁨이었다. 행복이라는 두 글자를 당당하게 내뱉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밤은 여느 때처럼 찾아왔다. 그렇게 어둠은 우리만의 세상을 만들어주었다.

"지금이 꿈인 것 같아, 절대 깨고 싶지 않은 좋은 꿈. 창밖에 하늘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맑고, 하루는 좀처럼 바뀌지 않아서 괜한 기대감마저 사그라드는 그 시간들이 또다시 날 맞이할 것 같아."

칠흑 같은 어둠 사이에서 너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지나오면 없었던 일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렇게 모두 잊혀지지 않을까. 혼자만에 상상과 망상 사이에만 존재했던 순간이 되어버릴까 봐, 때론 행복이 두려워.
내 생각을 고스란히 전하기에 넌 이 순간을 더 만끽했으면 했다. 그렇게 내 두려움은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그저 환상을 누비는 것처럼 보여지기를, 그 뒤에 숨겨진 고민은 혼자만의 것이길.

너는 내 잔머리를 귀 뒤로 부드럽게 넘겨주었다. 얕게 내쉬는 숨을 끝으로 넌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달빛에 비친 넌 어여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한순간도 빠짐없이 전부 현실이었어. 매 순간들을 회상할수록 더 짙게 느껴져, 우리 정말 행복했다고."
넌 나에게 말했다, 나는 이 행복을 마음껏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처럼. 그러고는 깊은 어둠을 응시했다.

"무엇보다 지금 보란 듯이 너와 함께 하고 있잖아."
밤이 선물한 어둠이란 공간에는 우리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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