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별

死別

by 서율


"우리의 마지막은 사별로 하자.

무심하게 손 흔드는 걸로 끝내자."




멀어지는 발걸음을 무시하며, 평소처럼 손을 흔들었다. 너의 투박한 손이 바람을 가르며 흔들릴 때마다 우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여느 때의 인사처럼.

어르스름한 하늘 아래서 안녕을 건네는 너의 표정은,

끝나버린 만남에 슬픈 것 같지도, 다 털어버리는 듯 즐거워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가 헤어지는 모습. 별생각 없이 돌아서는 발걸음. 다를 바 없었다.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내 굳어버린 표정과 떨리는 손을 뒤로하고.

넌 정말 마지막으로 싱긋 웃어 보였다.

순간에 불어온 바람이 건드린 너의 머리칼은 예쁜 미소를 가려버렸다.

그 짧은 찰나에도 미소가 그리웠다.


넌 등을 돌렸다, 무심코 바라보다 놓쳐버릴 것만 같은데도 붙잡을 수 없었다.

이별은 기약할 수 없는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다.

내가 등을 돌리면 정말 마침표를 찍어버릴 것 같아서, 난 발을 뗄 수 없었다.


그날, 결국 넌 나를 떠나갔다.

건물 사이 골목길로 사라진 너의 모습이 끊임없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나는 바람을 싫어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이별을 건넨,

그렇게 뒤를 돌아 떠나가버린 너를 결코 미워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난 그날의 네 모습을 머금은 바람을 조금 미워하기로 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