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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廣大

by 서율

웃어야 했어, 분명히.
그런데도 왜 날 싫어하는 거야.


입꼬리를 한껏 올려 웃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행복해 보이는 모습으로.
내 웃음을 비웃었어, 소름 끼친 다는 듯.
결국 날 웃음 짓도록 한 건 너희였는데, 고작 이런 서투른 웃음을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애써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어봤지만, 흐르는 눈물은 도저히 숨기지도 못한 채로 고장 난 인형이 되었다. 이도 저도 아닌, 그 모호한 누군가로 남아있었다. 감정의 외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아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이, 외로운 감정을 타는 광대로 남아있었다.

왜 모두들 웃는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슬픔이 숨어있다고 할까. 난, 더없는 기쁨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데. 왜 슬픔에 젖어있다고 하는 걸까. 이게 내 웃음인데, 슬픔 같은 감정 따위는 모두 잊었는데. 분명히 미소인데, 대체 무얼 보고 그들은 슬픔이 담겨있다고 하는 걸까요. 단지 웃음을 주고 싶을 뿐인걸,
아닌가
어쩌면 관심이 필요한 걸까.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관중 속에 단 한 명이라도, 환한 모습 뒤에 숨기고 있을 누구보다 어두운 모습을, 여리기만 할 모습을 안아줄 사람이 있기나 할까.

웃는 얼굴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기쁘다는 증거일까, 봐달라는 애원일까.

난 광대다.
웃음을 주는 웃음을 가지는 웃음을 짓는 웃음을 감추는,
또 웃음을 주는.
그리고 이젠 웃음을 잊은,

나는 광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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