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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연금술

by 백종현 Mar 24. 2025

 무슨 짓을 해도 포도가 여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포도알 하나하나는 우주무덤이었습니다. 그 속엔 많은 사람이 있었고 당신도 있었습니다. 당신은 언제 멀어졌는지, 왜 셋으로 갈라졌는지, 누구를 당기고 어떻게 놓았는지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우주에 보답하기 위해 포도를 조금 찢어 당신을 꺼냈습니다. 찢은 포도를 피처럼 마시고 당신처럼 살았습니다. 몸이 아득하고, 파편에 긁히고, 달이 왔다가 갔습니다. 그러자 당신은 애인이 되었습니다. 돌아왔습니다. 일곱을 한 점에 붙였습니다. 영혼의 드러난 갯벌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화학적으로 결혼했습니다. 아, 검보랏빛 둥근 우주에서. 포도는 여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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