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지만 죽은 듯이
쉿! 조용히 있어.
배려와 양보는 언제나 니 몫이야.
너 하나로 완전하지 않아.
넌 두 번째야.
나대지 마.
참아.
욕망을 드러내지 마.
혼자는 위험해!
그러지 않으면
널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혼낼 거라고.
악마가 속삭인다.
그런 소리에
날 가두며 살았다.
살아 있지만
죽은 듯이
왜?
악마가 대답한다.
'넌 여자니까.'
7살이었나?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 나에게
'너는 여자니까 안돼'
라는 아빠의 놀림 섞인 말에
오열하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내가 사람이 아니라 '여자'라는 것을 잊어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