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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원치 않는 일을 맞이해야만 한다면]

건강하던 내가 림프종이라니

by 아피탄트 Mar 15. 2025

1.

'고등래퍼 2'의 우승자인 김하온 씨가 KBS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나와서 어린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며 이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험에도 무조건 배움이 있어요"


살아가다보면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중에는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경험도 있기 마련인데요.

김하온 씨의 이 말은 우연히 유튜브 클립을 통해 접했던 저에게도 큰 울림이 되었고, 그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나를 다스리기 위해 마음 속에서 꺼내는 말이 되었습니다.


2.

2023년 6월의 어느 날, 경부 CT 검사 결과를 보시고는 의사 선생님께서 악성종양(암) 소견이 보이니 신속히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시더군요.

예상했던대로 조직검사 결과 암이 맞았고, 저는 혈액암의 일종인 호지킨림프종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약사라서, 예후가 가장 좋은 편에 속하는, 완치가 가능한 대표적인 암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당황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3.

저에게 있어서 암은 당연히 원치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하지 않았던 경험만으로 남겨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항암치료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동안 겪게 되는 많은 일들에서 배움을 얻고 싶었고, 느끼게 되는 많은 감정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4.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암은 제게 여유를 주었습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바빠서 혹은 일에 지쳐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저에게, 충분히 공부할 시간을 주었고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과정을 기록할 수 있을만한 여유를 주었습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이 시간동안 얻게 되는 것들을 잃고싶지 않았고, 잊고싶지 않았습니다.


5.

그래서 일기장에 글을 쓰듯이 기록을 남겨두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 목적이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위함이라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그 전에 나를 더 채우고 싶었고, 그를 통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 내어 제 글을 찾아주신 분들에게 큰 위로와 도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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