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일곱번째 항암치료 중 시작된 구토, 그리고 치료 중단
늘 그렇듯 7시에 도착해서 채혈을 한다.
요산수치가 조금 올라간 것 정도를 제외하곤 아주 괜찮은 수치였다.
특히 호중구수치(ANC) 2923으로 정상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교수님의 고정 멘트로 시작되는 진료.
"지난 치료기간 때 불편하신 점이 있었나요?"
"구역감이 지속돼서 토를 했고, 이젠 병원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아요."
"당장 뾰족한 수는 없어요. 일단 진행해봅시다."
투여되는 약은 지난 회차와 동일했다.
여느 때처럼 항암제 투여 전 항구토제 투여로 시작한다.
처음 두가지 항구토제 주사는 금방 끝났고, 마지막 포스아프레피탄트 주사를 맞고 있는데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구역감이 몰려와 2회의 구토를 하였다.
간호사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일단 약물 주입을 중단하고, 다시 진료를 보러 갔다.
"항암제가 아니고 항구토제를 투여하는 중에 구토를 하다니, 좀 의아하네요."
"네, 그러게요.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구역감이 밀려왔어요."
"우선 이번 회차는 건너뛰고, 다음 예약은 2주 뒤인 11월 10일로 잡을게요. 그 전까지 묘안을 생각해 오겠습니다."
결국엔 항구토제만 투여받고 집으로 귀가를 한 셈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항구토제의 부작용인 변비만 얻어가게 되었다.
집에 온 후로는 과연 원인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혹시 식도 괄약근의 문제는 아닐까하는 가설을 세웠다.
평소에도 식도 괄약근이 계속해서 조여있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거기에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나 자극이 더해져서 구토로 이어졌던 건 아닐까.
(어느새 병원을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보다...)
이 가설(?)을 다음 진료 시에 교수님께 말씀드려 봐야지.
교수님을 뵐 수 있는 시간이 짧기에, 최대한 명료하게 내 의견을 말씀드려야 한다.
부디 다음 회차엔 무사히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컨디션이 바닥이라 하루종일 누워있다보니 어느새 엄마의 퇴근 시간이 되었다.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오늘의 상황을 설명했다.
"구토를 심하게 해서 치료를 중단했어. 오늘 못한 건 2주 후에 하기로 했어."
"그럼 치료 간격이 너무 길어지는 게 아니니? 그냥 다음주에 하면 안돼?"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하신 그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곱씹을수록 참 속상했다.
엄마 딴에는 내가 걱정돼서, 나를 위해서 그렇게 말씀하신 거겠지.
당장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는데, 티 내지 못하고 웃어넘겼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는 더 티내지 않아야지.'
이 기간 가장 힘든 사람은 당연히 치료를 받는 당사자인 나일텐데,
그런 내가 오히려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을 안심시키려 애쓰고 있다.
다른 이유 없이 그냥 주변 사람들이, 특히 엄마 아빠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아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더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될 것 같았고, 보여주기 싫었다.
사실 나는 별로 강한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눈물은 계속 삼키고, 애써 웃음만 지어보이는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