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도 극성맘이 많을까?

공부도, 운동도, 튜터도… 미국 육아가 만만치 않은 이유

by 기록가 슈




자연 속 육아를 꿈꿨지만,

현실은 사교육과 경쟁의 중심이었다


한국에서는 흔히들 말한다.
“미국에 가면 학원도 안 다니고,

공부 스트레스도 훨씬 덜할 거야.”


초록 잔디밭을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
넓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라는 그림 같은 풍경.
그런 장면을 떠올리며 미국행을 결심하는 이들도 많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미국에서도 좋은 학교를 향한 경쟁은 뜨겁다.


학군을 좇아 이사하고,
교육청의 전학 시스템을 활용해,
기꺼이 30분 넘는 ‘라이드’를 감수하는 부모들.

아이의 등굣길에, 부모의 열망도 함께 타고 있다.






부모도 학교를 다닌다


미국은 학부모 참여가 매우 활발하다.
PTSA(학부모-교사 협회) 활동은

선택이 아닌 일상이다.


학교 행사에는 늘 자원봉사 부모들이 동행하고,
워킹맘들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얼굴을 비춘다.


아이의 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랄까.

미국은 부모의 학교 참여가 곧 아이의 성적이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체감된다.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엄마의 역할이

정말로 중요한 것이다.



공부도, 운동도, 인성까지 갖춘

아이들이 넘쳐나는 곳


주말마다 운동장에 나가면,
싸커맘(Soccer Mom)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아이의 연습을 기다리는 동안,
부모들은 다음 시즌 정보, 여름 캠프 후기,
이런저런 클래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눈다.

나 역시 이제 그런 대화에 익숙해졌다.


미국의 대학 입시는

단순히 성적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SAT, GPA는 기본이고,
운동, 봉사활동, 리더십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공부만 잘해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다.
그래서 부모들은 일찌감치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공부만 잘하면 되는 한국의 시스템이
어쩌면 더 단순하고 쉬운 게 아닐까?”



자연 속 육아는 어느새 경쟁의 한복판으로


미국에 온 첫 해는 정말 평화로웠다.
나무 사이로 퍼지는 아이의 웃음소리,
풀밭을 가로지르는 작은 발소리에 마음이 놓였다.


주말마다 농구, 수영, 골프, 야구..
아이도 즐기고, 우리도 함께 뛰고 응원하며
‘함께’라는 감정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아시아계 가정 사이에선
학원과 튜터가 결코 낯설지 않았다.


수학, 영어는 기본.

과목별로 튜터를 두세 명 붙이는 경우도 있다.

팀 스포츠를 하면서도 개인 레슨은 기본으로 여긴다.


우리 아이는 두 시즌째 야구를 하고 있지만,

개인 레슨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함께 뛰고, 웃으며 배우는 게 야구의 전부라 여겼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든다.

한인 사회 안에서는 그 의미가 다르게 읽히는 걸까?

아니면 나만 모르는 다른 기준이 있는 걸까?



이방인 엄마의 질문


나는 뼛속까지 문과맘이다.
약 15년간 워킹맘으로 살아오며

"공대생이 미래다"라는 생각으로

아이의 수학 교육에 집중해 왔다.

그렇다고 특별한 건 없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갈지도 모른단 생각에
한국 교재로 꾸준히 풀어가는 정도다.


그런데 요즘 자꾸 흔들린다.
지금 이 방식이 맞는 걸까?
나만 너무 느슨한 건 아닐까?
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십 번씩,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미국에도 사교육의 열기는 분명 존재한다


특히 한인 밀집 지역에 살다 보면,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정보,
무심코 비교하게 되는 아이들의 진도,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가게 되는 흐름이 있다.


지난 1년은 그 흐름 속에서
헤매고, 실수하고,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만의 방식'을 믿고 걸어가려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는
더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다.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면 함께 뛰어넘고,
너무 높다면,
미련 없이 방향을 바꿔 취미로 남기는 것도 괜찮다.


결국 중요한 건,
그 과정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도록 돕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교육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나는 한국보다 미국이 더

‘독립’을 준비시키는 환경이라 느낀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
자기 목소리를 내는 힘.
정해진 답을 외우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힘.


그런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짜 교육의 방향 아닐까.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기 시작하면,
교육은 어느새 통제의 수단이 되고,
결국 아이도, 부모도 불행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선택과 집중’을 마음에 새기며
아이를 지켜본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걷고,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아이만의 길을 함께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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