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말을 못 했어.

by 문엘리스

은호는 민혁의 차를 타고 음식점으로 갔다.

“철판요리 좋아해요?”

민혁은 은호를 보며 말했다.

“저 음식은 다 좋아해요. 아, 회만 빼고요.”

“저 회 엄청 좋아하는 데. 은호 씨랑은 못 먹겠네요.”

철판 음식점에 들어가니 커다란 철판 앞에 탁자와 의자가 있었다. 은호는 이런 철판요리는 처음 보았다.

“여기 음식이 진짜 맛있어요. 은호 씨랑 오고 싶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뭐해요?”

“그냥 집에...”

“저랑 같이 골프장 구경 갈래요? 제가 잠깐 갈 일이 있는데 잠깐이면 가요.”

“제가 가도 되는 건가요?”

“물건만 전해주고 오면 돼서요. 거기 골프장이 괜찮아서 구경도 할 겸요. 차 타고 가는 길도 좋아요.”

“같이 가요.”

은호는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웠다. 두 달째 우현은 연락이 없다. 은호도 더 이상 우현에게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은호는 토요일에 민혁과 골프장을 갔다. 차도 안 막히고 차에서 보는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나오길 잘했죠?”

민혁은 표정이 밝았다.

“네.”

은호는 민혁과 있으면 편안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어서 좋았다.

“가족센터를 저번에 홍보한 적이 있는데 여기저기 찾는 데가 많아서요. 관심 있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가기로 했어요.”

“센터장님이라 바쁘네요.”

“아직 가족센터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분발해야죠.”

“민혁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실례인가요?”

“저요? 38살이에요. 생일 안 지났으니까 37살로 할게요. 나이가 너무 많죠?”

“저는 30살이요. 저는 생일 지났어요.”

“그때 남자 친구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있어요?”

“요즘은 연락을 안 해요.”

“아, 미안해요. 힘들었겠어요.”


골프장에 도착해서 민혁은 은호와 함께 골프장 안의 한 건물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예쁜 탁자와 의자들이 있었다. 민혁을 보자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상준이었다.

“우리 진짜 오랜만이지? 여자친구?”

“가족센터에서 같이 일하는 은호 씨야.”

“너랑 너무 어울려서 연인인 줄 알았어.”

“넌 갑자기 그런 말을. 은호 씨 불편해해.”

민혁은 쇼핑백을 상준에게 주었다. 가족센터 홍보 책자와 자료가 들어있었다.


은호와 민혁은 골프장을 구경하고 밖이 보이는 창가에서 커피를 마셨다. 집으로 오는 길에 민혁은

“오니까 좋죠?”

은호는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민혁과 있으면 답답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가방에 있는 핸드폰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우현이었다. 은호는 바로 받았다.

“은호야 잠깐 볼래?”

“지금?”

“나 강남역인데. 우리 보자.”

“나 지금 밖이어서 조금 걸릴 것 같아.”

“응. 우리 가는 커피숍으로 와.”

“어. 이따 봐.”

전화를 끊고 은호는 민혁에게 미안했다.

“죄송해요. 갑자기 남자 친구한테 연락이 와서요.”

“내가 데려다 줄게요. 가봐요.”

민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은호를 강남역에 데려다주었다.

“고마워요. 다음에 연락할게요.”


은호는 지하철 입구 앞에 있는 우현을 보았다. 은호는 우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두 달 동안 연락도 안 하고 왜 그랬어?”

“제주도 다녀오고 헝가리로 출장 다녀왔어.”

“전화할 시간도 없었어?”

“바빴어. 나 요즘 힘든 거 알잖아.”

우현은 회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은호의 말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호는 이제 알았다. 그건 다 변명일 뿐이라는 것을...

“나 오늘 생일이야. ”

“미안. 내가 생각도 못 했어. 지금 케이크 사러 가자.”

“아니야. 방금 회사서 동기들이 생일 파티 해줬어. 신경 쓰지 마.”


은호는 마음이 복잡했다. 우선 우현과 이야기를 해야 했다. 은호와 우현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은호는 우현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우현과 싸우기는 싫었다.

“바빠도 전화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은호는 서운함을 표현했지만 우현은 은호의 마음 따위는 신경도 안 썼다.

우현은 회사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은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우현의 인생에서 은호는 빠져있는 것 같았다. 은호는 밥을 먹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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