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조각글 모음

by 김민섬

1)

무슨 글을 쓰든 우울로 귀결되는 나의 글이 싫었다

여전히 그렇지만 어쩌면 털어놓는 것만이 해소가 되지 않을까 싶어 글을 남긴다


2)

우울과 함께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처음 뱉은 말이 살기 싫다일 때 오는 감정이란..

이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3)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문득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마음을 가지고 사랑하는 것

그건 그 사람에게 아픔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라는 나의 이기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


4)

나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불안하다

늘 죽고 싶다가 견딜 수 없이 살고 싶어질 때

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건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의미와도 같아서

우습게도 나는 가장 불행할 때 삶을 붙잡고 싶어진다

아니 누가 잡아주기를 바라는 걸지도


5)

내가 나에게 갖다 붙이는 수식어는

온통 부정적인 말이어서 괴롭다

난 맨날 뭐가 그렇게 괴롭고 버거울까

이유를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요즘 내 자신이 역겹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그러면서도 티 안 내려고 하는 것이


6)

정신과를 다니면서 단 한 번도 속마음을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약 받아오려고 가는 곳에 불과한..

그래서 내가 나아지지 않는 걸까


7)

소위 말하는 방목형으로 자랐다

그렇기에 난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하며 살았다

하기 싫은 것을 한 기억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 대가리 꽃밭으로 큰 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전부 내 탓 같았다

좋은 부모님,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건 다 나의 문제가 아닐까

요즘은 예민한 내가 싫고 그걸 싫어하는 내가 싫고

내가 예민해서 그런 거야 하며 나를 깎아내리고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

그럴 때마다 조금의 비참함을 느낀다


우울의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휘갈긴 글들을

조금의 고침없이 가져왔습니다.

매끄럽지 않은 문장들과 반복되는 단어들이 눈에 밟혔지만

오직 본래의 글만이 저를 드러낸다고 생각하여 고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퇴고의 고통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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