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

by 김민섬

늘 봄이 되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모두들 봄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 같은데,

나는 계속 겨울과 함께이고 싶었기 때문일까.


길었던 해가 짧아지며 온 우울감에

이제 겨우 적응했는데,

모두가 생기를 띠는 봄에 적응하라니.


인생은 적응의 연속이고,

빨리 적응한 사람이 앞서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적어도
0에서 시작하지만,
우울을 앓는 사람은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


그래, 나는 지금 마이너스에서 0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나의 발걸음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나에게는 힘든 도전이었으니까.


그저 제때 밥을 챙겨 먹고,

밤에 잠들어 오전에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이

내겐 너무 멀게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와 마주치는 것조차 버거워 남들이 깨어 있을 때 잠들고,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있곤 했다


이런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것조차, 아니 음식을 입에 넣는 것조차 힘들었고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아주 깊은 우울에서 조금은 벗어나,

하루 두 끼를 꼬박 챙겨 먹고,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고,

여전히 잠드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오전에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하는 지금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다시금 우울의 늪에 빠질 때면, 이 사실들을 망각하고

‘아 왜 난 그대로지..’라는 말을 되뇐다.


아니 넌 그대로가 아니야.
지금까지 잘 버텨왔어.


어쩌면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이 위로를 가장 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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