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ck-or-treating
루이가 태어나기 전에 핼러윈은 우리에게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에인트호번에서는 아파트에 살았고 아무도 사탕을 달라고 벨을 누르진 않았다. 주택으로 이사하고도 한동안 핼러윈은 루이를 위한 작은 이벤트에 불과했다. 처음으로 핼러윈용품을 사서 집안을 꾸미고 창문에 거미줄을 달고 해골 귀신을 달았다. 루이의 핼러윈 의상은 뼈 모양이 그려진 옷이 전부였다.
학교에 다니면서는 핼로윈 날 하루는 원하는 코스튬을 입고 학교에 갈 수 있다. 그때마다 루이는 스파이더맨이 되기도 하고 드라큘라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핼러윈 밤은 몇몇 아이들이 찾아와 사탕을 달라고 하는 정도의 날이었다. 미리 사탕을 사두고 분장한 모양의 아이들이 바구니를 내밀면 사탕을 줬다. 그때 루이는 7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들던 시기였고 그날도 우리에게 핼러윈은 우리끼리 장식하는 소소한 날 중에 하나였다.
"엄마, 나도 사탕 받으러 가면 안 돼?"
그때, 마농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릴리, 나 지금 너네 옆집에서 다른 아이들과 모이기로 했어. 핼러윈 투어를 할 건데, 너도 같이할래?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는 네덜란드 날씨는 언제나 최악이다. 적어도 지난 십 년 간 그랬다. 낮은 짧아지고 밤은 길어진다.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밖에 다니기 어려운 날씨다. 우리는 이미 저녁을 먹고 양치까지 끝낸 상황이었지만, 네덜란드 소도시 사람들이 핼러윈을 즐기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좋아. 금방 나갈게.
바로 답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신발장에 잡동사니를 넣어두던 바구니를 비워 사탕바구니로 활용했다. 내가 그렇게 득달같이 나간 건, 누군가 처음으로 나를 자기들 커뮤니티에 넣어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도 토종 네덜란드인들이. 집 앞에는 열 명의 아이들과 대여섯의 어른들이 있었다. 다들 지나면서 인사는 나눈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우산도 쓰지 않고 핼러윈 투어를 하게 됐다. 그들은 매년 이런 행사를 하고 있었다. 어두운 밤거리를 걸으며 아이들이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걸 인솔했다. 그때 알게 된 건, 핼러윈 장식이 있는 집만 초인종을 누른다는 거다. 이건 서로 간의 암묵적인 룰이라고 했다. 핼러윈 장식이 없으면 집에 불이 켜 있어도 벨을 누르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우리 집 벨을 눌러댔던 거였다.
7시부터 9시까지, 대략 두 시간 동안 우리는 동네를 돈다. 돌다 보면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만났다. 아이들끼리 인사도 하고 멀찍이 선 부모와 눈인사도 하며 동네를 돈다.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사탕을 꺼내 비교하며 자랑한다. 매독스는 사탕을 받는 족족 먹어치워서 바구니가 텅 비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자연스레 어느 집이 핼로윈에 진심인지 알게 된다.
한 집은 이층 단독이었는데, 집 전체를 귀신의 집으로 변신했다. 매년 그 규모가 커져서 작년에는 집 앞 거리에 텐트까지 쳐서 오는 사람을 반겼다. 마치,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 같다. 루이는 아는 학교 형과 함께 들어갔고 매독스는 무섭다며 밖에서 기다렸다. 단 하루를 위해 이 모든 걸 준비하는 집주인의 정성이 놀라웠다. 또 인상적이었던 집은, 노부부가 사는 곳이었다. 그들은 불을 끄고 아이들이 초인종을 누르길 기다린다.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 집 안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벌컥 문을 열어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노부부는 마법사와 마녀 분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퀴즈를 내거나 간단한 놀이를 한 후에 사탕을 건넨다. 놀라운 건, 아이들이 돌아가면 그들은 다시 불을 끄고 숨을 죽이고 다른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거다. 지긋이 나이 든 노부부가 자신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아이들에게 멋진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걸 상상해 보라. 얼마나 귀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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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 타운에서 하는 핼로윈 축제를 미리 예약했다. 동네 전체를 핼로윈 분위기로 꾸미고 입장료 5유로를 받는다. 루이는 아주 무서운 곳은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작년에 루이는 생일 선물로 받은 드라큘라 옷을 입었는데, 올해는 어떤 코스튬을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오늘은 핼로윈 코스튬을 사러 시내에 나가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