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네트] 교정본을 받다
오전에 앤솔러지에 올릴 약력을 보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약력을 쓰려니 장편 나오는 것도 써야 하나 싶어, 담당 편집자에게 책이 언제쯤 나오는지 물었다.
책은 12월에 나온다고 한다. 모든 일정이 조금씩 늦어졌다고.
그러면서 추천서와 해설사가 나왔다고 읽어보라고 파일을 보내줬다.
루이 점심 도시락을 싸고 있어서, 일단 짧은 추천사만 읽었다. 읽다가 울컥했다.
너무, 내 소설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
루이를 보내고 바로 해설서를 읽기 시작했다. 제목부터, 첫 문장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읽으면서 다른 하나의 완벽한 글을 읽은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내가 그린 세계를 이토록 완벽하게 이해한 허희 평론가가 대단해 보였다.
그의 책을 사서, 그를 탐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공부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엄마에게 해설서를 읽어줬다. 엄마는 내 장편도 다 읽었다.
전화하면 드라마 시간이라고, 지금부터 세 시간은 내내 드라마를 봐야 해서 전화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내가 쓴 글을 다 읽었고 조언도 해 줬다.
본인이 읽은 장편의 해설이니 듣고 싶다고 해서 소리 내서 읽었다.
"그 사람은 왜 네 글로 자기 글을 쓴다니?"
엄마는 감탄하며,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허희 평론가가 왜 내 글로 이런 글을 썼는지를 물었다. 그래서 그게 허희 평론가의 일이라고 설명했는데, 다시 "그 사람은..." 그래서 "아, 엄마! 직업이라고, 직업!" 이래 버렸다.
그리고 앤솔러지 [밤의 소네트] 교정본을 받았다.
나와 함께 글이 출간되는 다른 세 분 작가의 글을 처음으로 읽었다. 내 글도 너무 오랜만에 보니 마치 내가 쓴 게 아닌 것 같았다. 일단 일반 한글 파일이 아니라 책의 형태라 신기했다. 다른 세 작가(최민아, 최한윤, 김계피)들의 글도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이 네 단편이 묶였다고 들었는데, 그럴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살아온 과정도, 경험도 각기각색인 네 명의 여성 작가가 비슷한, 하지만 또 결이 다른 이야기를 작가만의 개성으로 쓴 이야기들이었다.
이 단편은 11월 중순에 나온다. 지금 일단 후다닥 궁금증은 해결했고 이제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다시 읽으려 한다.
처음의 강렬함이 그대로 있을지 또 기대된다. 이렇게 멋진 이야기들과 [셰어]가 함께 엮이게 돼서 무척 기쁘다.
조카와 페이스 톡을 켜 놓고 각자 일을 했다.
조카는 독어 공부를 했는데, 어떤 건 네덜란드어와 비슷하면서도 또 어떤 건 너무 달랐다.
그 아이가 중얼거리는 외국어를 들으면서 소설을 고쳤다.
내 생각에 독어는 네덜란드어보다 더 어려운 언어인 것 같다.
[셰어]에서 '되었다.'가 내내 신경 쓰였다. 내가 '됐다"로 할까라는 고민을 계속 하자, 조카가 나를 가소로워했다.
"지금, 그걸 고민 중이야?"
나는 다시 조카에게 둘 중 어느 게 나은지를 물었고 조카는 그냥 '되었다'가 거기선 어울린다고 했다. 나도 그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더 간결한 문장이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
두 편의 소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가려 한다. 이제야 이 이야기들이 나에게서 독립한다는 실감이 든다. 언젠가 루이를 독립시킬 때, 아마 이보다 더 대견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겠지.
그래도 지금은 [셰어]와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이 내 집을 떠나, 그들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일을 돕고 싶다. 그들의 독립을 돕는 일에, 지금은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책의 표지가 될지도 모를 이미지를 베개 인스타그에서 내려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