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지역 소도시 유관기관 근무 20년의 종지 부를 찍은 일의 시작은 역사의 흐름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두 단체의 통합은...
동고동락 20년을 함께하며 미래를 꿈꿔온 조직의 구조를 바꾸어 버리는 참사를 낳고 말았다.
원치 않은 역사의 소용돌이가 변기 물 내리는 것처럼 손쉽게 섞여 버린 이후부터... 보이지 않는 손의 간섭과 차별이 시작되었다.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한 곳은....
더 이상 시민을 위한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누가 누가 잘하나"그들의 이해관계의 놀이터가 되어 버리고..
주도권을 잡은 갑의 조직은 주홍글씨가 박혀버린 을의 조직을 고이 두지 않고 사사건건트집을 잡는 시비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부족한 상대 조직의 빈틈을 메우는 뒷수습이 되어버린 억울함과 분노 울분을 키워오던 인고의 5년....
인내력의 한계를 만날 즈음.....
마지막 기대까지 무너진 까닭은..
주도권을 잡은 기관의 장이란 양반에게....
사람으로 최소한의 인품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음을 발견해 버린 안목 덕분이지 않을까?
굳이 무엇인가의 좋은 점을 찾으려면... 한 번도 직장생활을 할 필요 없었던 몇 푼의 돈?
권력의 맛으로 채우는 갑질의 인정욕구는 80년대 개그 프로그램을 회상시키는 역행이었으니 더 이상 그곳에 보람과 가치 존재의 의미는 없는 인위의 알레르기가 돋는다.
더 이상 보람도 가치도 의미도 없는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나의 삶을 갉아 넣지 않기로 한 어느 날 삶의 인위를 홀가분하게 던져 버린 사직서는 젊은 시절을 녹여 넣은 20년 종지부의 아쉬움이 아니라, 벗어버린 속죄의 가벼움일 줄은 상상도 못 한 아니러니였다.
20년 보상의 한 달 휴일은 정말이지 달콤했다
아이 둘 키우며 대청소 한번 못한 집구석구석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행복한 날들.... 에 다시 지쳐 갈 때 즈음..
우연히 기질과 정서를 기반으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어느 조직의 윗분께 교사 제안을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길 얼떨결에 그 길에 접어들어 보람과 가치의 방향을 만난다
안정적이지도 않고, 수입이 일정하지도 않은 나의 삶은 남는 자투리 시간을 도려내듯 사용하는 시간 살이 중이나...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두 가지.
안정은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 월급에 의존하고 휴일에 의존하며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놀지를 고민하는 삶이었고
불안정은 사람을 깨어있게 만든다. 끝없이 사고하며 성장하며 스스로를 관리하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놓아가며 내성을 쌓는다..
몸은 전자가 편하고 마음은 후자가 편하다.
좋고 싫음이 명확한 나의 꿈은 외유내강이었으나 그 과정을 겪으며 알게 된 중요한 몇 가지
나는 인위를 혐오하는 대쪽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구나..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기고 싶구나...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돈이 아니구나...
오늘도 나는 무의식을 따르며 하루를 다져간다.
다름은 틀림이 아닌 특별함으로..
나를 잃지 않으며, 누구의 기준에 쉽게 동화되지 않는 외강내유의 단단함으로..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는 인위와 맞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