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Life BGM 2 17화

LifeBGM | 폭풍우를 삼키는 남자

Marcin Wasilewski- Riders On The Storm

by Ggock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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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짖는다.라는 문장을 자주 썼다. 그 문장을 쓸 때, 리어왕이 헤매던 황야의 폭풍을 떠올렸다. 그 같은 폭폭풍 속에서는 반드시 짖어야만 한다. 폭풍에 대항해서 짖는 개들, 폭풍에 잡아먹히는 개들, 무언가를 지키지 위해 짖던 개들이 휘말리면 폭풍은 짖은 소리를 흉내내기 시작한다. 개를 삼킨 폭풍은 개처럼 울부짖는다.


사람을 삼킨 폭풍은 사람처럼 소리 지른다. 폭풍은 속이 텅 빈 진공관 같은 눈을 가지고 계속 돌기만 할 뿐,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자꾸 무언가를 집어삼키고 싶어 한다. 소리를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순순히 폭풍에 내 목소리를 내 줄 생각이 없다.


폭풍을 삼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첫 문장은 역시 이렇게 시작할 것이다.


개들이 짖는다.


주인으로부터 폭풍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짖는다. 거친 손바닥을 가진 개의 주인이 개의 목덜미를 긁어준다. 개는 그르렁거리다 이내 조용해진다. 짖음은 주인이 먹어버린다. 개는 침을 꿀떡 삼키고 주인은 개의 짖음을 삼킨다. 개의 주인은 아무것도 없는 목구멍을 벌리고 입을 오므려 휘도는 바람을 만든다. 휘파람 소리가 제법 멀리까지 나간다. 개는 앞발로 땅을 긁어대며 뛰어 나갈 준비를 한다. 개의 뒷덜미에 얹은 주인의 투박한 손이 휘파람에 멜로디를 싣는다. 개는 달리고 싶고 주인은 폭풍을 뱉고 싶어 한다. 주인의 손이 개의 목덜미에서 떨어진다. 살짝 밀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개는 달린다. 짖는 대신 숨을 헐떡인다. 달리는 개를 보며 주인이 웃는다. 개가 짖는 것 같다. 폭풍을 삼키는 자들의 웃음소리다.


나는 개와 주인 사이에 모래바람이 이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을 집어삼켰다. 아직 어린 나는 폭풍을 삼키는 자들을 보면 두려움에 떤다. 그들은 영원히 배고픈 자들처럼 모든 짖는 소리와 울분의 소리를 먹어치운다.

그날 밤, 동네에서 가장 외곽에 위치한 펍에서 그를 보았다. 내가 먼저 앉아 있었다. 요란하고 시끄러운 자들 틈새에서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건, 개냄새 때문이었다. 씻지 않은 개의 털냄새. 비린 냄새에 바람과 흙의 냄새가 섞어 있었다. 그는 나의 맞은편에 앉아 개의 목덜미에 여전히 한 손바닥을 얹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아무렇게나 욕설과 험담과 속에 쌓인 더러운 말들을 뱉어내기 위해 모인 자들의 틈을 뚫고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의 눈빛에 압도되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아주 고요하지만 폭풍이 시작되려는 징조가 보이는 살아있는 눈이었다. 그는 미간에 힘을 별로 주지도 않고 매서운 눈빛을 낼 줄 알았다.

나는 어린 노루처럼 벌벌 떨었다. 그는 내가 벌벌 떨며 폭풍 속으로 속절없이 삼켜지기를 기다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가 개의 목덜미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고개짓으로 나에게 밖으로 나가라는 신호를 주었다. 개는 나의 앞으로 와서 꼬리를 수평으로 유지한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 주인의 충직한 종은 아주 작게, 하품하는 듯한 짖음으로 그르렁 거리며 나를 재촉했다. 나는 개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개는 나를 이끌었다. 개 냄새가 났다. 개는 마을 외곽의 마른나무 둥치로 나를 이끌었다. 개가 먼저 앉고 내가 앉았다. 개는 나를 쳐다보며 목을 쳐들었다. 나는 망설이다 개의 턱 아래 목에 손가락을 대고 슬슬 긁어주었다. 개는 온순하게 내 손길을 받으며 기다렸다. 우리는 섬광이 번뜩이는 어떤 건물 1층을 바라보았다. 요란스러운 소리가 한바탕 지나가고 개의 주인인 남자가 폭풍을 삼키는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개는 어느 순간 내 곁을 떠났다. 나는 아침까지 그곳에서 폭풍이 한 사람에 의해 삼켜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날 밤, 나는 황야의 아들로 다시 태어났다. 나는 그에게 개 다음의 가족으로 입양되고 싶었다. 폭풍우를 삼키는 자가 되고 싶었다.




허무맹랑한 서부 소설인가?

아닐지도 모른다.


마르친 바실레스프스키는 이 날 밤의 소년의 모습을 알고 있다.



Marcin Wasilewski- Riders On The Storm

원곡은 락밴드 The Doors가 부른 팝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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