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Life BGM 2 15화

LifeBGM | 계산이 되지 않는다. 하지 않는다.

Nils Landgren - Funk for Life

by Ggockdo

오르는 환율과 내리는 나의 가치. 심란한 폭을 생각하며 다 식은 커피잔을 앞에 놓고 카드 내역서를 읽는다. 오늘도 뉴스 속 숫자들은 점입가경이다.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 뺨이 핼쑥하고 눈 밑이 조금 꺼져들어가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까지 쿠폰이나 제휴 할인이 들어간 카페에 가기는 싫어서 몇 번을 망설이다 들어와 앉은 카페는 만석이다. 혼자 앉은 사람은 한결같이 노트북을 끼고 있고 둘이나 셋이 온 사람들은 결코 음료만 시키지 않았다. 뭉쳐 있으면 이상하게 형편 생각을 덜 하게된다.


노트북을 꺼내 놓지 않은 사람의 외로움은 금방 식어버리는 음료 때문만은 아니다. 옹졸한 소비에 대한 울분이 시끌벅쩍한 카페 속에서 갑자기 소외감으로 바뀌면 갑자기 초라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통장, 카드값 예상 청구서를 날짜에 따라 꼼꼼히 계산하는 일을 하필 오늘같은 날 카페에서 한 게 잘못이다. 하지만 금전에 대한 생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법이다. 내 눈앞에 예쁘게 꾸며보려 마음먹은 스케쥴러가 처참하게 숫자로 망쳐지는 모습이 펼쳐진다. 꽃 스티커를 붙여 놓았던 어제의 메모 아래 예상 지출금액과 고정금액들, 다음 달 할부 금액이 적힌 꼴이 카페와 어울리지 않는다.

카페의 배경음악이 점점 페이드 아웃된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이나 잇츠 온리 더 페이퍼 문 같은 스탠다드 고전 재즈가 무성의한 미디 음악으로 나온다. 사실 나는 50분 주기로 도는 저 플레이 리스트가 싫다.


숫자들이 어지러워서, 이어폰을 귀에 얹었다. 자본주의의 냉혹함과 대척점에 있을 것 같은 음악을 뒤적여서 나름 소심한 반항을 해 본다. 이럴 땐 앨범 표지가 아주 중요하다. 앨범 표지를 감상하면서 애플 뮤직을 탐색하다 빨간 지도 그림이 그려진 앨범에서 멈칫한다. Funk for Life를 사실 Fu** for Life로 잘못 인식하기도 했다. 사실 잘 아는 앨범인데 지금 내가 조금 퍽퍽하다.

Funk for life That's what is all about.


사실 가사는 잘 안 들린다. 그냥 아프로Afro 리듬이 신난다. 앞 테이블은 4명이 원탁에 둘러 앉았는데 가운데 바스크 치즈 케이크에 거의 손을 안 댔다. 음료들도 별로 안 마셨다. 네 명이 웃고 떠들고 제스쳐가 크다. 거기에 아프로 펑크Afro Funk 리듬이 들어가니 이해가 된다. 먹는 것보다 같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게 더 흥겨운 것이다. 대각선에 앉은 한 외국인 학생이 노트북을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과제를 하는 것 같다. 리듬이 이렇게 흥겨운데, Funk for Life가 없는 그의 지금이 안타깝다. 신발을 까딱이면서 껄렁 껄렁하게 본다. 옆구리도 좀 흔들거렸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근방까지 나올 수 있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안된단다.

갑자기 카페에 혼자 앉아서 금액 숫자에 주름을 걸어 놓는 게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이 한심함의 무게가 너무 커서 짜증이 아주 난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박수를 치면서 노래 부른다. Funk for Life.

물론 나와 아프리카 아이들과 절대 평가를 할 순 없지만, 이 계산을 굳이 카페에 들어와 혼자 궁시렁 대는 것도, 카페 음악을 덮어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것도, 다 식어가는 커피를 앞에 놓고 즐기지 못하는 것도 궁상맞게 느껴진다.

십원단위까지 적어 놓은 숫자들 위에 힘주어서 적는다. Funk For Life. 그리고 미련없이 노트를 덮었다. 리듬에 맞춰 소지품을 가방에 넣고 일어선다. 남은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가면서 같은 음악을 다시 튼다. 리듬에 맞춰 걷는다. 삶은 펑크리듬에 맞춰 걷는 내 걸음에 있다.


계산을 하지 않는다. 걸음수가 몇 보인지, 평생 세진 않을 것이다. 나중에 찾아 본 가사는 이랬다. 올바른 곡을 골랐다.


You might be rich, you might be poor But we believe it's worth what we are fighting for It's time to act or go insane life is to short to die in 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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