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Life BGM 2 13화

LifeBGM | 재에서 금으로 가는 희망

Avishai cohen - Ashes to Gold

by Ggockdo



킨츠키金継ぎ는 2026년을 맞이하는 나의 상태를 보여준다. 깨진 부위를 잇고 수리해 다시 일어선 작은 찻잔. 애초에 온전하게 출발했던 기억은 갓 태어났을 때 이후로는 희미하다. 우리는 매년 깨지고 상처받고 여전히 싸우며 새 해를 맞이한다.

킨츠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아비샤이 코헨의 앨범 Ashes to Gold를 들으며 결국 맞이하고만 2026년 새 해의 첫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서 올해는 운수가 좋을 거야, 올해는 원하는 바가 다 이뤄질 거야, 올해는 대통할 거야, 함부로 말할 수 없고, 그저 붉은색으로 칠한 장난감 말 한 마리를 그려 여기저기 보내는 것 밖에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온통 치사스럽게 살아낸 빠듯하고 촘촘했던 2025년을 보낸 사람들에게 이 음악을 권한다. 재에서 금으로, 나아가기를, 금으로 킨츠키를 해 이어 붙인 이음새가 참으로 예쁘다고 서로 칭찬해 주는 마음으로.


하마스와의 전쟁이 일어난 23년 10월 7일, 아비샤이 코헨은 이 앨범을 일주일 만에 작곡했다. 폭격이 시작되고 굉음과 경보음이 벅적한 이스라엘에서, 그는 이대로 음악작업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피아노주자인 바라트 모리가 말했다. "아니, 우리는 해야만 해." 그들은 일주일 만에 전곡을 작곡했고 ECM에서 이 앨범을 녹음했다.


"킨츠키는 낡고 깨진 조각들을 다시 붙여 황금빛 아름다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예술입니다."

"where you take the old and the broken and try and put the pieces back together to make something golden and beautiful from the fragments.”


늘 음악을 들려주고 즉흥연주로 녹음했던 이전 작업과 달리, 이번 앨범은 아주 세밀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약 일주일 동안 훨씬 더 세밀하게 작업했습니다. 앨범에서 듣고 싶은 소리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모든 드럼 비트, 모든 리듬, 모든 크레셴도를 논의하고 정의했습니다. 음표를 어떻게 연주하고 배치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각 파트에서 각자가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말이죠." “We then had about a week to work on it, in a much more detailed way than previously. I was never as specific about what I wanted to hear on an album as this time. Every drum beat, every rhythmic emphasis, every crescendo was discussed and defined. How the notes should be played and placed and phrased, exactly what each of us would be doing in each section.”


극도로 세심하게 잇고 연결하며 11월에 녹음한 이 앨범은 이상한 방식으로 위로를 준다. 너는 괜찮고, 아직 멀쩡하다는 판타지가 아니라 깨진 것도 다시 수리해 내어 더 아름다운 황금빛의 아름다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상처 입었던 희망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희망은 얼마나 곤고한가. 시시때때로 위협받고 절망에 의해 생존을 위협받고 의심의 칼날에 상하고 좌절에 의해 곪는다. 나는 희망이 실현되지 않는 것이 밉고 희망은 나에게 가까이 더 오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 우리는 희망을 선망하지만 희망은 선망할 데도 의지할 데도 없이 외롭다. 가끔 나는 내가 희망이 아닌 것에 안도한다. 그렇지만 희망은 결코 저절로 스러지는 법이 없다.

지난주, 나는 김호철 앙상블에서 <댄싱 베토벤>에서 말했던 희망을 떠올렸고 며칠 전에는 찰스 퍼키스의 전시에서 희망을 읽어내는 시선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엔 음악에서 듣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희망이 내게로 필사적으로 다가오는 신호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든 에너지를 다 쓰며 필사적으로 살았고 살아남았고 그러나 여전히 차고 험한 세상에 지쳐서 해가 오고 가는 줄도 모르며 산다. 임대문의가 늘고 거리엔 사람이 줄고 한 살 더 먹을 때 막막한 맛이 먼저 느껴지는데, 사람은 과연 무엇이고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내가 사람답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답게 살고 있다는 희망의 소리가 필요하다. 또는 희망이 아직 있다고 믿는 것이 내가 사람이라는 증거인데, 예의 없이 순식간에 지나쳐간 것은 아닐지, 희망의 행세를 하는 가짜를 내가 맞이한 것은 아닌지 구별할 수 없는 폭풍 속을 헤매는 중이다.

제발, 간절히, 부디, 이번에는, 한 번만, 올 해의 기도제목, 신년 운세, 빌자, 누구에게든지, 해는 떴는가? 새 해의 첫날 해는 영험할 것이라고 믿는 소박한 믿음, 송구영신 예배에 촛불 앞에 손을 모으는 작은 믿음, 모두 다 희망을 찾으려는 시도인데,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살고 있는 희망이라는 것은 얼마나 낡고 다쳐 있는지 알 길이 없다.

Ashes to Gold (Pt. 3)


이 노래는 찬가가 아니다. 오히려 처절할 만큼 짙은 감정이 실린 재투성이의 음악이다. 재에서 금으로 나아가려는 희망 자체에 대한 음악이다. 3번째 곡까지 들으면 뻐근하게 울리는 드럼의 고동소리가 깨진 틈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점점 깨지고 낡아가는 우리. 나와 희망은 이런 식으로 서로의 틈을 메워가며 산다. 내가 희망에게, 희망이 나에게 서로의 킨츠키가 되어주면서 새 해를 맞이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저 서로 떨어진 무엇인가로 각가 외로움에 사무쳐 살 것이다. 다시는 고쳐지거나 나아지지 못한 채, 깨진 채로 새 해를 맞이하면서.


차마 서로를 외면하지 못하고 껴안아야, Ashes to Gold, 재에서 금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작년에 이 나가고 깨진 나와 희망을 수리해 다시 그 자리에 서서 당당하게.

더불어 우리는 모두, 다 함께 껴안아야 할 것이다. "아니야, 우리는 해야 해." 멈추지 않고 다시 새 해를 맞이한 것 처럼. 올 해는 좀 더 힘내보자며 떡국을 끓이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세상은 늘 요절복통 아사리판이었다. 그렇지 않았던 적이 있나? 곤하고 힘들지 않으며 생이 바글대지 않았던 적은 없다. 희망은 그런 우리의 깨지고 상처 난 틈을 메워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희망도 다시 일어선다. 우리가 일어서야 희망도 다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희망을 위해서 우리는 금빛으로 다시 일어서리라.




아비샤이 코헨의 딸이 작곡한 마지막 The Seventh.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밝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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