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Life BGM 2 19화

LifeBGM | 언 땅을 비추는 달의 노력

Stefano Bollani - Guarda Che Luna

by Ggock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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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모두의 노력으로 굴러갑니다. 인간만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세계 전반의 노력은 생존에 대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서로를 위한 노력입니다. 그것은 애정에 가득 차 있습니다.


애정에 기반한 이 세계의 노력은 은근하고 평범해 보입니다. 너무 성실하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인간보다 성실합니다. 해와 달은 성실합니다. 나무는 성실합니다. 바람과 물의 운행은 성실합니다. 오히려 인간이 제일 성실하지 못합니다. 성실하지 못한 이들이 가장 잘난 줄 알고 으스대며 삽니다. 이 하찮은 자랑도 세계는 잠자코 내버려 둡니다.


나는 인류의 글러먹은 피를 물려받아 이 세계에서 가장 성실하지 못한 종種으로 자랐습니다. 나의 불성실함, 나의 이기적인 외로움, 나의 나쁜 삶. 어떤 종교는 사람의 혈족을 샅샅이 성찰시킵니다. 하지만 나는 내 조상의 죄까지 짊어질만한 힘이 없습니다. 엉뚱한 범인 엉뚱한 속죄. 그 속에서 어떤 인간은 으스러지고 어떤 인간은 더욱 숭고해집니다.


그리고 땅은 얼어갑니다. 세계의 지층은 얼어갑니다. 애정의 사각지대는 자연이 헐값에 내놓았습니다. 인간은 그 땅에 옹기종기 모여 삽니다. 아스팔트 위를 걸으면 회색으로 얼어붙은 이 땅의 음침함이, 사랑하다 타고 남은 재의 땅 위의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끝끝내 아픔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이 세게의 노력에 함께 하지 않는 불온한 무리들의 문명은, 성황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세계의 구성원들은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는 어리석은 언 땅을 위한 용서입니다. 오늘의 컴컴한 땅을 어떻게든 비추려 애쓰는 노력은 어떻게 지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어머니처럼 우리를 보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들은 애초에 그런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을 때때로 인간을 지나치게 위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달밤에 이루어지는 노력에서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마음을 느낍니다. 잠든 틈을 타려는 은근하고 조용한 노력, 낮동안 시끌벅적하게 망가진 세계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입니다. 낮보다 웅장하지 못하고 해보다 밝지 못한 노력. 이러한 노력은 잠이 드는 인간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잠든 세계를 비추는 애정은 밤을 잊고 어둑한 땅을 비춥니다. 그동안 세계와 인간은 영문 모르고 서서히 녹습니다. 아침에 갓 일어난 생명들은 따끈하고 긴장이 풀려 녹진해진 채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지난밤의 일들을 까맣게 모른 채 용감하게 또 세상을 망칠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미완성된 애정이나 서글픈 노력을 해본 사람들은 그 밤의 일어나는 일들을 미루어 짐작합니다. 그리고 섣부르게 달에 대해 노래를 부릅니다. 달과 달밤은 묵묵히 그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환호도 없이 조용히 부끄러워하며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다시 언 땅을 비춥니다. 이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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