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한겨레출판

by 흐르는 강물처럼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한겨레출판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 수상작들 중에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박상영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이 있었다. 이 소설이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기도 했고(대상은 다르구나 했던...), 읽고 나서는 작가가 글을 너무 재미있게 잘 쓴다 싶어서 작가가 누구인지 확인하게 되었고 '박상영'이라는 이름이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작가에 대해 궁금해져서 검색화면에서 조회해보기도 했다.

순둥순둥한 것 같지는 않은 인상에 재기 발랄하고 위트가 넘쳐 보이는, 영리하고 말도 제법 잘할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때 알게 되었던 박상영이라는 이 작가가 여러 작품들을 연달아 발표하며 대중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는 작품은 이미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놀라우면서도 반가웠다.

남들보다 먼저 알아본 숨은 보석이 어느새 빛을 발하고 있는 성장과정을 확인한 느낌이랄까.

이 책 작가가 그때 그 작가였구나.

마치 작가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기라도 한 것 같은 반가움과 뿌듯함이 차 올랐다.

2019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이 작가의 존재감은 다른 사람들 눈에서도 독보적으로 다르게 보였나 보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작가가 자신의 일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다.

에세이는 자신을 둘러싼 포장지를 뜯고 자신의 내밀한 부분을 진솔하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보여주는 글이라서 작가는 자기 자신이 벌겨벗겨진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거나, 자기가 쓴 글을 주변 사람들이 읽었을까 봐 불안해하기도 한다.

때로는 시크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그는 회사 직원들과의 동료의식이나 우정을 깊이 나누는 것 같지는 않다) 동시에 작가로서 글 쓰는 생활을 병행해야 했던 그의 일상은 언제나 숨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글쓰기와 회사를 다니는 생활, 양 쪽 모두에게 자신의 에너지 전부를 쏟아부어야만 하는 현실이었던 그의 일상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계속해서 돌아가는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글을 끊임없이 써야 했고, 회사에서의 업무 역시 빈틈없이 잘 해내야 하는 투잡 인생이었다.

일을 하면서도 작가로서 펜을 놓지 않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지금은 그의 책들이 출간되고 작가로서 성공하였으니 회사생활을 병행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만 지낸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주일에 짤막한 글 겨우 한 두 편을 브런치에 써서 올리는 것도 벅차고 힘든 나로서는 그의 일상이 얼마나 피로하였을지 감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내느라 바쁘고 힘든 와중에 먹는 것을 절제하는 등의 다이어트를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리라.

그런 자기의 일상 속에 묻혀버리고 퇴색되어 버린 자신의 결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 이 에세이는 시작된다.




작가는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매번 먹는 것과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에 실패하고 만다. 그 실패를 합리화하기 위한 이유는 매번 바뀌고 늘 다양하다.

그러한 작가의 경험에 우리는 절대적으로 공감하며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된다.

매일 식탐에 굴복당하면서도 매일 살을 빼야지 노래만 부르는 나 자신의 모습과 어쩐지 오버랩되어 코믹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상의 힘이 또 다른 일상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자명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습관, 일상의 힘은 강력하여 우리를 지속적으로 움직이게 하며 한 걸음씩 목적지로 다가가게 해 주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글쓰기 자체가 자신에게 어떤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깊게 성찰하게 된다.

무엇인가를 향해서 매일 다짐하고, 원하는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고 매일 실패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어쩌면 삶의 지혜, 올바른 삶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음에 드는 문장]

나는 매일 싸우는 것처럼 살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람들과,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에코 용품조차도 너무나 무분별하게 범람해, 당장 나만 해도 출처를 알 수 없는 공짜 에코백과 텀블러가 넘쳐난다. 일회용품을 줄이려다가 다회용품이 일회용화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악순환에는 결국 단 하나의 해결책밖에 없는 것 같다. 절제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남을 바라보며,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시작했던 행위라고 생각했던 글쓰기가, 실은 나 자신을 향해 나 있던 길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거였다.


어쩌면 나는 한없이 바삭하고 건조해지는 길을 걸으며 나 자신을 향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을 일종의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내 삶이 어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의 연속이라 여기기로 했다. 현실이 현실을 살게 하고, 하루가 또 하루를 버티게 만들기도 한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




* 밀리의 서재에 포스팅하였던 내용을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다이어트 #대도시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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