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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생존기6.

-내 안의 불안

by noodle

책방은 조금씩 꾸준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내 안의 불안도 자라고 있다는 걸, 처음엔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최선을 다해 모른척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방에서 때로 나는 외톨이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프랑스어로 소통을 하고 나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 마냥, 멀뚱거리며 서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들이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고, 파리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면, 나는 낯선 동네에 갑작스레 놓여진 전학생 마냥 민망한 시선을 돌려야 했습니다.

사실, 나에게는 오래 전부터 '불안'이 있었습니다. 책방과는 상관없는, 내 안의 어둡고 깊은 불안에 관한 이야기.

언젠가 나르시시즘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내가 받았던 불규칙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어린 나의 감정보다 자신의 기분이 더 우선이었던 내 엄마의 이야기. 나르시시즘이라는 말을 처음 접하고 숱하게 많은 책을 찾아보며 허공을 헤메었던 젊은 날의 시간들.

나는 평생을 엄마의 사랑과 인정을 갈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끝끝내 그것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책방의 시작은 어쩌면 나에게, 꼼짝하지 않는 문 앞에서 두드리고 외치고 절규하다가 손잡이를 돌리기를 포기하고, 새로운 문으로 돌아서는, 도전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는 호기심이 많았고 새로운 세상이 늘 궁금했지만, 선뜻 행하지 못하는 아이였습니다. 대학생 때에도 친구들이 모두 떠나는 배낭여행을 훌쩍 떠나지 못했고, 정말로 하고 싶었지만 미술을 공부해 보겠노라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으며, 업계 1위의 광고 회사에는 못들어 갈 것 같으니 조금 작은 광고 회사에서 일을 배워보고싶다고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나는 늘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머뭇거리며 발을 빼고 말았습니다.

두려웠거든요. 스스로가 엄마가 반대하는 못된 일을 하는 어린 아이 같았고, 정말 엄마 말대로 실패 할 것 같아서 자꾸만 작아졌습니다.

그런 나에게, 세상에 책방을 만들어 내어놓는 일은, 엄마의 뜻을 거역하는 거대한 반항 같았습니다. 당연히 엄마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온전한 나의 선택이었고, 더이상 나에게 닫혀버린 문 넘어 엄마의 응원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책방 문을 열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더 늦기 전에 이야기 해아할 것 같아 엄마에게 무심코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요즘 내가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어. 작은 책방을 만들었거든?

엄마의 첫마디는 내 예상을 빗나갈리 없었습니다. 깊은 한숨과 함께, 되돌아온 짧은 한 문장.

'나는 너무 걱정이다.'

엄마는 늘 그랬어요 응원보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 희망보다는 불안을 이야기하는 어른. 가능보다는 불가능에 무게를 두는 인간.

하지만 이제 나는 엄마의 감정이나 의견과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그 순간 책방은 나에게 진짜 해방의 통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야 내 맘대로 실컷 저질러버린 온전한 나의 선택.

내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엄마의 뜻을 거스른 일은, 남편을 선택해 결혼을 한 것 이었고, 두고두고 그 선택에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두번째 도전 앞에서 내 인생의 지원군에게 메모를 남겼습니다.

가을, 제주 여행에서 작은 책방에 들러, 메모를 남깁니다.

2년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이제 나는 많이 자랐습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내 불안을 조금은 보듬을 줄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불안해도 괜찮다고 또 이렇게 성장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책방은 그렇게 성장기가 될 거에요. 나는 책방과 함께 보란듯이 진짜 어른이 될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 나의 해방이 있는 공간으로 새로운 발걸음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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