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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것들이 말하는 진심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이 끝내 전한 것들

by 김시현

사람은 말보다 마음을 늦게 꺼내는 존재인 것 같다.
이미 지나가고 나서야, 그때 그 눈빛이 다정했음을 알고
다 흘러간 후에야, 그 손길이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놓쳤다고 해서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떤 감정은, 제자리를 떠나도 마음에 남는다.
가만히 머물던 공기처럼, 문득 다시 생각나는 노래처럼,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심이 있다.


나는 너무 늦게 알았지만,
그래도 사랑이었다.
그 침묵이, 그 기다림이,
결국은 진심이었다는 걸.

놓쳤기 때문에, 더 또렷해진 마음들이 있다.
멀어진 뒤에야, 오히려 가까이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그 진심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하지만 내내 간직해왔던 이야기들을.

그 모든 건,
지금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너에게 조용히 닿기를 바란다.

"지금, 너의 마음 속에도 어떤 진심이 조용히 살아 있기를."

작가의 말

―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로
완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늘 곁에 두고 싶은 이야기라서, 더디게 걸었는지도 몰라요.
사실은… 나태했어요.
자주 미루고, 때로는 피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쓴 문장 앞에서 부끄러워 멈춰서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끝까지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늦었지만 이렇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앞으로는 더 부지런히, 더 솔직하게,
내 마음 안의 조각들을 자주 꺼내보려 해요.
그게 글이든, 말이든, 혹은 그냥 나만의 기억이든.

끝까지 함께해줘서 고마워요.

이 모든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었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만나기를.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한 나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때의 너도,
지금보다 조금 더 다정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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