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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흘러가는 바람 속에

스치듯 지나간 마음의 온도

by 김시현

바람은 언제나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가끔은 그 존재조차 모른 채, 너무 빠르게 흘러가버려서 잡을 새도 없이.

그런데 문득, 그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갈 때 이상하게도 마음이 일렁였다. 누군가 내게 다녀간 것처럼. 아무 말 없이, 그러나 분명한 온기를 남기고. 급히 흘러갔기에 더 오래 기억나는 감정들이 있다. 손잡을 틈 없이 스쳐간 사람, 붙잡지 못한 한순간의 웃음, 말하지 못한 마음.

그 모든 것이 바람이었다.
잠시 머물렀지만, 분명히 내 안에 흔적을 남기고 간.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흘러가는 중일지 모른다. 우리는 자꾸만 다음을 향해 달려가느라, 바람처럼 스쳐가는 오늘의 마음을 자주 놓친다. 하지만 아주 잠깐 멈춰 서서, 그 바람을 바라보면 좋겠다. 아무 말 없이 우리를 감싸는 지금의 따뜻함을.

놓쳐버린 줄 알았던 순간 속에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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