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있어 더 빛나는 계절
여름을 떠올려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저 덥기만 한 계절이라 칭하며 살아간다. 강렬한 햇빛 아래서 땀이 흐르고, 나른한 더위에 지쳐버리는 나날들. 하지만 여름이란 정말 그것뿐일까?
우리가 여름 하면 떠올리는 것은 눈부신 태양과 뜨거운 열기지만, 사실 그 한편에는 푸름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 숲을 짙푸르게 만들고, 바다와 호수는 더욱 선명한 푸른빛을 띠며 깊이를 더한다. 뜨거운 계절 속에서도 자연은 가장 생생한 색을 머금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다른 계절과는 또 다른 감각을 발견한다.
여름의 푸름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다. 그것은 생명력이며, 동시에 쉼의 공간이기도 하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나무 그늘 아래에 서면 바람은 시원하고, 푸른 잎새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부드럽게 반짝인다. 해가 뜨거울수록 그늘의 존재는 더욱 소중해지고, 그늘이 있기에 우리는 더위를 견딜 수 있다. 여름이란, 어쩌면 이렇게 상반된 것들이 공존하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여름밤도 마찬가지다. 낮 동안의 열기가 남아있지만, 밤이 되면 모든 것이 조금씩 차분해진다.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바람이 피부를 스친다. 여름의 밤공기는 낮의 뜨거움과 밤의 고요함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뜨거움 속에서 찾는 시원함, 소란스러움 속에서 느끼는 고요함. 여름은 대조의 계절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여름을 덥기만 한 계절이라 말하지만, 사실 여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자 이야기이다. 여름의 푸름이 우리에게 건네는 것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뜨거움과 시원함, 소란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특별한 감각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숨을 고르며, 여름이라는 한 장면을 지나간다. 그리고 그 여름의 푸름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여름의 얼굴이 된다.
나는 그런 여름을 사랑한다. 뜨거움 속에서 시원함을 찾고, 소란 속에서 고요를 느끼는 계절. 그리고 다시금 찾아올 그 푸른 시간을, 조용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