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문

by 주홍빛옥상


세상의 불빛이 하나 둘 꺼지는 시간,
모두가 잠드는 밤.
낮 동안 분주하고 소란했던 세상이 고요 속에 잠긴다.

그때, 어디선가 문이 열린다.
사계절마다 달라지는 일출의 시간과는 무관하게, 언제나 깊은 밤과 이른 새벽 그 사이ㅡ
누군가는 집을 나선다.
그들은 새벽을 연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고
도시의 불빛이 모두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제 빛을 드러내는 별빛 아래,
누군가는 늦은 잠을 청하고, 누군가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 시각 또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문을 연다.
그들의 하루는 어둠과 함께 시작된다.

문을 열고 나가 어둠 속을 걷는다.
촉촉이 내려앉는 이슬에 새벽 공기가 젖어있다. 아직 가시지 않은 졸음을 밀어내듯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내뱉으면 어둠과 함께 졸음도 한 걸음 물러선다.

깜깜한 밤하늘에 박힌 보석 같은 별빛과
노란 달빛이, 그들의 발길을 조용히 비춘다.

세상 만물이 잠든 깊은 밤,
누군가는 깨어나 하루를 연다.
가장 깊은 밤, 가장 이른 새벽, 가장 낮은 자리에서 짊어진 것들을 위해 묵묵히 걸어 나간다.

어둠이 밀려난 자리, 여명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들은 매일 그렇게 어둠에서 빛을 본다.
날이 밝아오기 전, 가장 깊은 어둠을 지나
희망처럼 번져오는 여명을 지나
대지 위로 고개를 드는 해를 온몸으로 맞는다.

그렇게 새벽을 연다.
새벽의 문을 밀고 나가, 세상 밖으로 걸어간다.
그들이 연 새벽 위로, 세상이 천천히 깨어난다.



오늘 아침,
어둠과 함께 새벽을 여는 그들의 하루에도 언제나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
한결같이 그리고 묵묵히 새벽을 여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회사원이었던 남편이 새벽에 출근하는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십여 년이 되어갑니다.
매일 새벽 그를 배웅할 때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은 매일 깊은 어둠 속에서 밝아오는 여명을 가장 먼저 맞이하겠구나.'

그렇게 새벽마다 열리는 문은 단순한 '문'이 아니었어요.
그 문은 새벽을 여는 문,

어둠을 밀어내는 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저희 남편만이 아니지요.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 새벽, 하루를 맞이합니다.
깊은 어둠을 헤치고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거운 걸음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가장들에게 오늘도 따뜻한 빛과 평화가 함께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