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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내는 편지(15)

자동차 마니아 미국 한 달 살기 

by 자칼 황욱익 Mar 27. 2025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땡큐와 쏘리라면 미국에서 만난 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PCH를 타고 LA까지 무려 10시간 가까이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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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갔던 루트는 PCH를 타고 가다 중간에 길이 막혀 그대로 한 시간 반을 돌아 나와(PCH는 우회로가 거의 없다) 101번 고속도로를 탔던 루트였는데 이번에는 PCH와 쿠야마를 거치는 루트를 선택했다. 

PCH는 연무가 가득해 바다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빅서는 정말 예뻤고 예전과 달리 근처 동네들이 살짝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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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H는 생각보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PCH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사진이 모두 비슷한 이유다. 

여기는 길가에 불법주차를 하면 다른 차들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도로 폭이 좁고 중간중간에 마련된 간이 주차공간을 제외하고 차를 세우기 힘든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LA 방향으로 가다 보면 빅서라는 마을이 있는데 애플의 프로그램 이름인 그 빅서다. 

빅서는 PCH 중간의 휴게소 같은 역할을 하며, 우체국부터 시작해 마트 등이 갖춰진 작은 마을이다. 

빅서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줄 서 있을 때 내 뒤에 있던 백인 아줌마가 '이거 화장실 줄?'하고 물었다. 

내 앞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3명이(가족과 친구) 차례대로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이들의 이용 시간이 상식 이상으로 길었다. 

물론 나도 한참을(거의 20분 정도) 기다리다 들어가서 볼일만(작은 거) 딱 보고 나왔는데 남자라 여자에 비해 상대적을 사용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내 뒤에 서 있던 백인 아줌마가 '땡큐~'를 연발하셨다. 

아마도 살짝 급한 상황이었나 보다. 

'아임 소 훼스트 비커즈 아임 사우스 코리안 낫 노스 코리안 낫 차이니스'

내 대답에 백인 아줌마 쌍따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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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H를 빠져나와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중간에 쿠야마로 들어갔는데....

초반 와인딩 로드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재미있었다. 

차도 별로 없고 노면도 좋았지만 구글맵에는 주유소가 없었다. 

끝없이 이어진 황량한 사막을 길 따라 달리면서 계기판을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고(거기다 전화기가 터지지 않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 미국에서는 주행거리 100마일 남았을 때쯤부터 주유소를 검색하는데 다음 주유소는 무려 160마일 후(거의 목적지 근처다)에나 있다는 내용을 보고 멘붕이 찾아왔다. 

연비 주행을 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마을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한 시간 넘게 사람 꼬빼기도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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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D라는 간판이 보이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나 주유소였다.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60대쯤 되어 보이는 멕시칸 아줌마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가솔린?'

'오케' 

일단 기름부터 넣으려는데 신용카드를 인식 못 한다. 

인적이 워낙에 드문 곳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해서 아줌마에 여차저차 설명을 했더니 카드 주고 일단 기름부터 넣으라고 한다. 

총 60 달러가 나왔고 우리는 그렇게 다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나중에 시애틀로 돌아와 중고서점에서 여행서적을 보다가 쿠야마를 찾아 보니 '마지막 주유소가 있는 곳'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인터넷이 아무리 좋아지고 IT 산업이 발달했다고 해도 아주 디테일하고 작은 사항은(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적에 있는 정보를 대신하기는 여전히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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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도 기름이지만 일단 PCH에서 쿠야마로 이어지는 사막 도로는 경치는 기가 막혔지만 전화기가 터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고 주유소도 거의 끝에 가야 나온다. 

하마터면 사막에서 밤을 보낼 뻔했다.

그렇긴 해도 이곳은 다음에 미국에 오면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끝없이 이어진 황량한 사막과 산 아래까지 이어진 오렌지 농장, 소규모 유전 등등 광활한 대륙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과열이 될지 모르니 에어컨을 끄라는 표지판이 있을 정도로 덥고 황량하지만 다시 보고 싶은 광경이다.

쭉 뻗은 도로 위에서 작은 회오리 바람을 만났다. 

대지의 온갖 먼지와 말라 비틀어진 식물을 몰고 다니는 녀석이었는데 앞쪽의 픽업 트럭이 그 녀석을 피해갔다. 

별거 있겠어 하는 생각에 피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묵직한 타격이 차체에 전해지고 차가 비틀거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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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롤라는 굉장히 만족도가 높다. 

연비도 훌륭하고 고속도로나 와인딩 구간이 이어지는 국도에서도 아주 잘 달리고 잘 선다. 

그야말로 기본기에 매우 충실한 훌륭한 차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 차에 다 있다는 카플레이가 없다는 점 정도다. 

차로써의 매력이나 운전의 편안함, 의도대로 잘 움직이는 하체 세팅은 이전에 탔던 쏘울 부스터나 에코 스포츠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가장 많이 팔린(현재도 팔리고 있는) 차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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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 도착해 조홍석 대표를 만나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 분이 가지고 나온 차가 아주 기가 맥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BMW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BMW를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독일 BMW와 BMW 코리아의 마케팅 정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뿐이다.  

한때 BMW는 굉장히 노력하고, 재미있고, 나름 예쁜 차를 만드는 회사였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케팅으로 차 파는 데 맛을 들인 회사가 되었다. 

거기에 놀아나는 블로그, 일부 기자, 한 푼이라도 줍줍 하려는 일부 매체들까지 나서서 앞다퉈 빨고 있으니 본질이 호도되고 그들은 마케팅 정책에 놀아나는 형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에서 BMW는 까면 안 되는 까면 공격당하는 성역이 되었다. 

나는 그런 현상을 비판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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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턴 이 분이 가지고 나온 BMW는 정말 죽여줄 정도로 아름답다.

상어 모양 프런트부터 차 내의 재떨이, 터보 엔진 등등 노력의 흔적이 가득하다. 


LA는 여러 가지 표정이 공존하는 도시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도 많이 다르고 차털이도 많고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사는 곳이다. 

숙소가 있는 곳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는다 밤에 혼자 나가서 걸어 다니는 건 좀 그런 동네다. 

저녁을 먹은 코리아 타운 주차장에서 조홍석 대표님의 BMW를 찍어 놓고 보니.....

배경이 딱 영등포 같다. 

그러나 여기는 LA 한인타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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