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아기를 안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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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나는 아기와 함께 살던 그 집에서
강제로 밀려났다.
그날은 아기의 첫 번째 생일을 한 달 앞둔 여름,
숨이 막힐 듯 더운 날이었다.
시어머니는 평소보다 훨씬 독해진 말투로
20분 넘게 소리 질렀다.
“네가 며느리면 네네 하고 살아야지!
니가 그러고도 살아남을 줄 알아?
너는 미움받기 위해 태어난 년이야.
니가 니아들이랑 살 길? 내가 막아줄 거다.
내 아들 뺏어간 년! 너를 절대 용서 안 해!”
그 말들은 고막이 아니라
가슴을 찔러왔다.
나는 그 집에서 며느리도, 가족도 아니었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저 내 아들을 빼앗은 “외부인”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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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시아버지는
아무런 예고 없이
친정 부모님을 광화문의 한 호텔로 불러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따님 정신상태 좀 고쳐야겠어요.
우린 사기 결혼 당했습니다.”
그리고, 협박.
“딸래미 정신 못 고치면
애기는 우리 집안에서 키울테니 각오하세요.”
우리 엄마는 묻는다.
“애기아빠, 마약사범인 거 알았나요?”
그러자 시아버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게 뭐 어때서?
당신네 딸이나 갱생시키세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우리 엄마의 얼굴이 무너졌다.
그리고 내 안에서
무언가가 완전히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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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나는
신혼집에서 아기를 목욕시키고 있었다.
그때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지금 당장 거기서 나와.
사돈들 애기 데려가겠다고 호텔에서 출발했대!”
머릿속이 하얘졌다.
손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아기에게 대충 내복을 입히고
아기띠를 메고
젖병 하나, 카드 한 장만 챙긴 채
무작정 뛰었다.
도망쳤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눈물로 앞이 흐려지는데,
아기는 내 품에서
“꺄르르” 웃고 있었다.
그 웃음에
더 미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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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처 중국집으로 뛰어 들어가
사장님께 말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지금 저희 아기, 누가 데려가려 해요.”
그 사장님은
내가 만삭일 때 혼자 밥 먹으러 오던
단골 가게의 사장님이었다.
말이 더 필요 없었다.
사장님은 내 손을 덥석 잡고
말없이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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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사람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날은
우리 둘의 마지막이었다.
그사람은 그날,
나와 아기를
완전히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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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미안한 날.
내가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절대 잊지 못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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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5화. 나를 용서하는 연습
“언젠가 나도 괜찮아질까,
그 모든 수치와 분노를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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