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여름, 시작된 겨울
저녁이 되자 아기와 나는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내가 살던 집.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 걸려있던 곳.
작은 심장이 뛰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의 기억.
그 모든 걸 품었던 그 집은, 이제 나를 거부했다.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결국, 경찰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거실 한복판에 놓여 있던 아기 홈캠.
그건 늘 아기의 모습을 찍던 평범한 물건이었는데—
그날 따라 섬뜩하게 소름이 끼쳤다.
그 사람의 핸드폰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나를 덮쳐왔다.
나는 주저 없이 홈캠을 박살냈다.
거칠게 손에 쥐고 바닥에 내리쳤다.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사방에 튀었다.
아기는 내 품에 꼭 안겨 있었고,
나는 단 한순간도 아기띠를 풀지 않았다.
경찰은 내 곁을 지키며 몇 번이고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 심호흡하세요.”
“아무도 없습니다.”
“아기는 저희가 지켜드릴게요.”
나는 눈물도, 말도 없이
유모차와 젖병, 분유만을 쓸어 담았다.
더 이상 이곳엔 나의 것도, 아기의 것도 없었다.
집을 나서면서,
등 뒤에서 문이 ‘탁’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단순한 ‘문 닫힘’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알던 모든 세계가 박살나는 소리였다.
친정집에 돌아온 첫날 밤,
나는 가족들의 품 안에서도 완전히 얼어 있었다.
내 품에 있는 아기만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해줬다.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나는 다시 그 집으로 향했다.
바뀐 비밀번호,
잠긴 이중 자물쇠.
그게 그 사람의 대답이었다.
내 인생을 이용한.
아기의 인생까지 이용하려했던
그 추악한 집단의 대답.
나는 밥 한 숟가락조차 넘기지 못했다.
엄마는 매일 울면서 애원했다.
“제발, 제발 좀 먹어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새벽마다 꺽꺽 소리를 내며 울었다.
어떤 날은 짐승처럼 울었고,
어떤 날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베개를 물었다.
나는 아기를 안은 채,
저 깊은 심해로 가라앉고 있었다.
아기를 내 목구멍 위로 겨우 끌어올려 올려놓고,
나는 다시 저 아래로, 더 깊은 어둠으로 잠겼다.
찬란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나는 내 계절을 영원한 겨울로 얼려버렸다.
억울했다.
원망했다.
죽이고 싶었다.
남편을.
그 집단을.
나를 철저히 이용해먹은 그들을.
나는 수없이 마음속으로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결국, 그 분노의 칼날은 나를 먼저 베었다.
나를 죽이고 있던 건
결국 그들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분노였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이 분노는 나를 살리지 못한다.”
아기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내 복수심이 아니라,
내 살아 있는 마음뿐이었다.
나는 나를 용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참하게 무너져도,
아기를 품었던 나를.
이렇게 처참하게 부서져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던 나를.
나는 나를 용서하면서
다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세상이 나를 버려도,
나는 나를 버리지 않기로 했다.
살아남기 위해,
아기를 지키기 위해,
나는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다시,
아기를 품은 채
세상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게, 나를 용서하는 연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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