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아주 조용한 사기극

by 새벽에 쓰는 여자


처음엔, 사랑이었다.

내가 믿기로는 그랬다.


그 사람은 자상했고, 똑똑했고, 말도 잘했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진지하게 설명해줬고,

나를 위하는 척,

그 사람은 나를 향한 걱정을 말하며,

사실은 나를 길들이고 있었다.


미래를 함께 그리는 척하며,

내가 발 딛는 땅을 조용히 점유해가던 사람.

나는 그걸 애정이라 착각했다.


그렇게 나는 안심했고, 결혼을 결정했다.

결혼이란 문을 연 순간, 나는 이미 감금당해 있었다.

축복이 아닌 조용한 감옥. 그 시작은 애초에 허상이었다.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깨달았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는 것을.

어딘가에 두고 온 것처럼 낯설고, 차가웠다.

그는 점점 말이 없었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온기가 사라졌다.

그의 눈에서 나를 향하던 빛은 꺼졌고, 남은 건 벽이었다.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걸친 침묵의 벽 앞에 서 있었다.


나는 혼자였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혼자인, 그 이상한 감정 속에서

매일같이 스스로를 달래야 했다.


무서웠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공포로 변해갔다.


말을 하면 녹음을 했고, 울면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감정 하나 흘릴 때마다 증거가 되었다.

그는 내 눈물의 맥락을 지우고, 기록으로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의 녹음기 앞에서, 나는 감정을 숨 쉬듯 조심스레 다뤄야 했다.


그가 말하는 ‘이성적 태도’는

나를 침묵시키기 위한 도구였고,

나는 그저 조용히 울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입에 올릴 수 없게 되었다.

그건 내가 알던 사랑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믿은 것처럼 따뜻하거나 안전하지 않았다.

그건, 완벽하게 설계된 사기였다.


나는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한다.

사랑이 끝났다는 걸 안 그날,

나는 증명받지 못한 피해자가 되었고,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아기는 내 품 안에, 나는 감정의 폐허 한가운데 남겨졌다.


처음엔 믿지 못했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지.’

그 사람은 내 남편이었고,

우리는 함께 울고 웃던 사이였고,

아기의 이름을 같이 지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달라졌다.

아니, 어쩌면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내가 몰랐던 걸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렇게 끝났고,

나는 그대로 멈췄다.


아기는 울었다.

나는 울지도 못했다.

눈물은 있었지만 흘릴 틈이 없었다.

밥을 해야 했고, 젖병을 씻어야 했고,

하루를 무사히 넘겨야 했다.


사랑이 끝나고,

나는 엄마로 남았다.

사람으로서의 나도, 여자로서의 나도

잠시 멈춘 채,

오직 살아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조용히 무너졌다.



다음 화 예고


2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었구나

“그 사람은… 결국 나를 지키는 게 아니라, 자신을 감추는 데에만 능숙한 사람이었다.”


#감정에세이

#사랑의끝

#혼자가된여자

#회복의시간

#브런치작가

#다시나로

#조용한시작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