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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교육 vs. 한국의 효도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님들로부터 욕먹을 각오로 썼습니다.)

by Sarah Hwang

유대인의 교육 vs. 한국의 효도


미국에서 살다 보면 유대인 이야기를 참 많이 듣게 된다.
그들은 세계 금융을 주무르고, 정치·학문·언론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국 사회에서 최상위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교육 방식 역시 남다르다.


유대인의 자녀 교육은 철저히 신앙과 어머니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3세부터 성경을 통해 배우고,
초등학교에서는 나치 수용소를 견학하며,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기억하도록 교육받는다.


‘Jewish Mother’(유대인 어머니)라는 표현은
자녀에게 지겹도록 배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극성스러운 어머니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의 교육 방식과 한국의 교육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유대인 부모는 아이에게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스스로 질문하며 탐구하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 노벨상 전체 수상자의 23%가 유대인이며,
✔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의 20%가 유대계이고,
✔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유대인 출신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단순한 성적이 아니라,
사고력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둔다.




孝(효)와 유대인의 가치관


얼마 전 읽은 서울대 황농문 교수님의 책 『몰입』에서

유대인 교육의 몇 가지 특징을 접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부모는 자식의 신세를 지지 않는다."이다.


유대인 부모는
"부모는 끝까지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믿는다.

늙거나 병들거나, 생활고가 있어도 자녀에게 신세 지는 것을 싫어한다.


부모는 끝까지 주기만 하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유대인 사회에서는 바람직한 가치관으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 부모들도 자식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효도는 유대인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자식의 입신양명 = 부모의 호강으로 이어지는 면이 다분하다.


한국에서 자식은 부모에게 평생 감사해야 하며,
효도는 사회 도덕성 측정의 기준이다.


생일, 명절, 어버이날이 되면 "어느 집 자식이 얼마짜리의 효도를 했는지"
"누가 부모님께 얼마를 드렸는지" "어떤 선물을 했는지"

이 모든 것이 척도가 된다.


자식의 출세가 중요하게 여겨지다 보니

명문대에 실패하면 낙오자로 낙인찍히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면 불안한 시선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주도적인 사고와 창의성을 키우기는 어렵다.


지금 30~50대의 한국인들이
급격한 변화 속에서 직업을 다시 고민하고,
AI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도 이러한 주입식 교육의 결과일지 모른다.




"내가 아이를 키우며"


✔ 낳을 땐 내가 좋아서 낳았고,
✔ 키우면서도 아이에게 더 많은 걸 배웠다.
✔ 이 아이 덕분에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 이 아이 덕분에 더 열심히 살게 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자식이 결혼을 하거나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부모님의 자식 사랑은 온데간데없고, 자식의 부모 사랑에 대한 기준은 더 엄격해진다.


낳아주고 길러준 은혜에 대한 보답을 비로소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가 되고 나서도 사실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을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마무리하려고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내 부모님이 나이 들어 거동이 어려워지고, 외로워지시면
곁에서 함께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일하고, 돈도 열심히 모으고 있다.


다만, 그 사랑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부모님을 사랑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부모님이 요구하는 방식으로나 사회에서 판단하는 기준으로

부모님께 보답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열심히 일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금을 내고, 내 아이를 잘 길러내고,
능력과 상황에 맞게 용돈과 선물을 드리면서 내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더 길고 오래 건강한 관계를 부모님과 유지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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