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孝는 걸렀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는 그냥 잠들어버렸지만, 그래도… 부모님인데.
괜히 마음이 불안했다.
그래서 결국 전화를 걸었다.
"응.. 아빠. 별일 없지요? 전화로 뭘 그렇게 짜증을 내고 그래.."
조심스레, 미안한 마음을 담아 달래듯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빠는 다짜고짜 다시 화를 내면서 짜증과 소리를 지르신다.
"생각을 해봐라!! 어버이날 전화 한 통 안 하는 게 정상이가! 어?!"
하… 또 이런 식의 대화.
내가 왜 굳이 전화를 걸어 이런 말을 듣고 있어야 하나 싶다.
"아니, 전화하자마자 이게 이렇게 소리 지를 일이가.
내가 일부러 전화 안 한 것도 아니고, 일이 바빠서 깜빡한 거다.
그리고 자식이 내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 옆에 끼고 있으면서 가한테 어버이날 효도받으면 되는 거 아냐?
왜 자식 대접도 안 해놓고는 부모 대접을 받으려고 하노?" 나도 참지 않았다.
"뭐라카노?? 어? 어?" 아빠는 내가 뭐라 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
진짜 못 알아들으시는지 아니면, 기가 막혀서 확인하시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정상적인 대화가 잘 안 된다.
그 후로도 아빠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단어들.
자식 도리, 효, 부모 생각.
그런데, 내가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그 단어들이 나는 싫다.
나는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밀어내야 할까.
아침 출근하는 딸에게,
"어버이날 전화 한 통 없었다"며 대노하는 아빠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어버이날 전화하지 않은 내가 더 잘못한 걸까?
부모님 말씀대로라면,
나는 정말 못됐고, 부모도 모르는 천하에 나쁜 년인가 보다.
여전히 몇 번이고 걸려오는 아빠의 전화를 꾹 무시하며,
나는 출근길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부모도 모르는 나쁜 년 된 거…
뭐 어떻게 설명하고 말 것도 없다. 내가 전화하나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