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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3

분리

by Sarah Hwang Mar 30. 2025

아빠의 외도가 잠잠해진 몇 년 후, 

엄마의 화와 짜증은 이제 같이 살던 남동생에게 있었다.


성격이 착해서 어디를 가도 남한테 피해 안 주고 나쁜 소리 못하는.. 

아빠 성격을 많이 닮은 아이다.

너무 순하고 마음이 약해서 어릴 때 부모님이 싸우면 

제일 많이 울던 아이이기도 했다.


그런 아이가 대학생이 돼서는 가출을 하고, 

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려 하고, 

온라인 게임에만 빠져있고,

카드 연체를 사채로 돌려 막고 등.

상상도 못 한 방법으로 부모님을, 정확히는 엄마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번에는 더 명확히 보였다. 

남동생은 엄마에 대한 분노에 더하여 아빠에 대한 원망까지 있었다.


엄마는 또 본인이 제일 힘든 사람이 되었다. 

남편도 저런데, 아들까지 저런다고..

그래도 남동생은 자식이어서 엄마의 인내심이 아빠에 비하면 꽤 많았다.


남동생의 1억이 넘는 카드 빚을 갚아주고, 집밥 먹이려고 음식을 하시는 등

어르고 달래 가며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분리



남동생에 대해서 내가 엄마에게 항상 하는 말은 

분가시키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그렇게 30년을 싸우는 공간, 같은 집에서 

멀쩡한 사람도 정신병을 얻어나갈 판에,

남동생의 피폐해진 정신이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아서다.


엄마는 분가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돈이 없다고 했다.


분가시키려면 전세든 월세든 보증금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돈이 없고, 정확하게는 돈이 있어도 게 한데 그렇게 쓰는 게 

너무 아깝다고 했다.


빚 1억은 갚아주는데, 보증금 쓰는 게 아까워 

분가를 못 시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되어

나는 남동생의 분가에 대해서는 이제 설득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엄마가 남동생을 분가시키지 않는 이유를 잘 안다.


엄마는 남동생이라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아빠와의 불화든, 남동생의 분가든,

어쨌거나 엄마는 설득이 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빠의 무능력과 외도, 남동생의 반항 등은 엄마의 평생 키워드다.


그 키워드 뒤에 항상 같이 나오는 연관어는 

미국에 사는 너는 모르고 너만 행복하고 너는 미국식이라고 했다.

이혼이 쉽냐고, 분가시키는 게 쉽냐고 했다.


그렇게 전화로 오가는 대화는 제대로 될 수가 없었고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와 시차를 핑계로 

엄마와 나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엄마의 화와 원망 섞인 짜증에 소모되기 싫었고,

그런 나를 엄마는 그냥 인연 끊으면 된다고 늘 말씀하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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