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간 금요일] 알아두기

나는 그분을 안다. (요한 7,29)

by 어엿봄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한다. 그동안의 삶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있다면, 내가 주로 어떤 감정에 머무르며 사고와 행동의 방식을 취득했느냐 정도다. 나는 겉으로 밝고 당찬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작은 실수에 예민해서 금방 주눅이 들고 시들어 버린다. 강한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믿어 웬만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버티려 하다 보니 몸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혼자서도 모든 걸 척척해내는 사람이고 싶은데 실은 친밀한 우정의 관계 속에서 나를 맡기고 싶다. 이러한 내가 나 자신을 잘 알지 못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관계 안에서의 나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도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당신이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 무얼 먹을 때 행복해하고 무슨 일을 할 때 지겨워하는지 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모른다. 나에게 당신이란 존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직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내 삶의 한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루살렘 주민들은 예수가 진정 메시아라면 어디서 오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텐데, 자기네들은 그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지 않냐며 의심을 키우고 그를 잡으려 한다.


"너희는 나를 알고 또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나 스스로 온 것이 아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

나는 그분을 안다.

내가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께서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다."

(요한 7,28-29)


아들은 아버지를 안다. 자신이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다. 그는 스스로 오지 않았음을 분명히 안다. 이 관계를 벗어나면 자신을 정의할 길이 없다.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사랑의 동그라미는 점점 더 커진다. 세상의 작은 이들을 끌어안아 담는 이 큰 동그라미는 가난과 정결 그리고 순명의 옷을 입고 있다. 비워져 있기에 더 담을 수 있고 또 나눌 수 있는 이 동그라미는 끊임없이 사랑을 키워나간다. 온 우주를 품는 그 순간까지 자라고 자라 마침내는 무한한 생명의 원천이신 아버지께로 돌아간다. 자신이 품어낸 모든 생명에게 사랑을 쏟아주고 사라짐으로써 그들 안에 영원히 머무른다. 아들과 아버지의 동그라미에서 다시 태어나는 세상이다.


그렇게 내가 너와 만날 때 우리의 동그라미가 커진다. 우리라는 동그라미 안에 함께 숨을 쉬고 있는 당신이라 내게 소중하고 특별하다. 당신은 나와 더불어 이 길을 걸어가는 이다. 당신은 내가 웃을 때 웃어주고 내가 울 때 울어주는, 그리고 내가 길을 잃었을 때 손잡아 일으켜주는 좋은 친구다. 당신의 한 눈은 나를 바라보고 다른 눈은 우리가 나온 곳 아니 도로 돌아가야 할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는 나를 품은 당신에 갇히지 않았고 당신 역시 나에게 갇히지 않았다. 우리 서로의 앎은 그렇게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한다. 이보다 더 진실한 사랑이 있을까. 당신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같은 곳으로 나아간다.


오늘의 알아두기, 앎의 아름다움.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다. 이제는 흩날리는 벚꽃을 즐길 때다.

우리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각자의 자리에 서 시선 끝에 닿은 저 꽃들을 보고 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이 찬미는 꽃잎 하나도 하찮게 여기지 않으시는 그분을 향한 우리의 꺼지지 않을 사랑이다.

사랑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앎은 더욱 깊어져 아름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