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간 월요일] 내적 확신

나의 증언은 유효하다. (요한 8,14)

by 어엿봄

나의 땅이 흔들릴 때가 있으니, 자기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 찼을 때다. 솔직하게 내가 바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없고, 느끼는 것을 나눌 수가 없다. 가림 없는 내 모습에 자신이 없으며 그 모습을 바라볼 타인의 시선이 고우리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금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야 할지 잊고 또 잃어버리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나의 지반이 흔들려 서 있을 수 없으니 다 무너뜨리고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때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당신이 자신에 관하여 증언하고 있으니, 당신의 증언은 유효하지 않소."

"내가 나 자신에 관하여 증언하여도 나의 증언은 유효하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희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또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너희는 사람의 기준으로 심판하지만 나는 아무도 심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심판을 하여도 내 심판은 유효하다. 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함께 심판하시기 때문이다. 너희의 율법에도 두 사람의 증언은 유효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바로 내가 나 자신에 관하여 증언하고 또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도 나에 관하여 증언하신다."

"당신의 아버지가 어디 있소?"

"너희는 나를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의 아버지도 알지 못한다. 너희가 나를 알았더라면 나의 아버지도 알았을 것이다."

(요한 8,12-19)


나의 지반이 되어 주시는 주님이 계시다. 무너뜨릴 때가 아니라, 지금은 나를 수용할 때다. 나를 이해하고 알아야 할 때다. 빛으로써 나를 밝히시고 생명을 주시는 그분 안에 머무른다. 그분께서 나의 튼튼한 지반이 되어 주신다. 그분께서 내 모든 것을 짊어지고 무너지기도 했다 다시 일어나기도 하시기에, 나는 그분 안에 평안히 머무를 뿐이다.


스스로의 증언은 유효하지 않으나 예수님의 증언이 유효할 수 있었던 건 그분 자신이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를 이루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분의 그러한 내적 확신이 참 힘 있게 느껴졌다.


내적 확신과 무장 해제!


확신만 있다면 빗장을 풀고 활짝 열 수 있다. 나의 무장 해제는 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나는 공격도 방어도 할 수 없는 빈털터리가 아니다. 나의 무장 해제는 평화의 상징이다. 나는 그대에게 나를 내어 준다. 그대가 내 안에 머무르기에 안전하다. 나는 그대를 받아들이는 데에 장애물을 놓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내적 확신으로부터 온다. 내가 우리 사이에서 나 스스로를 보전할 수 있으리라는, 하늘로부터 나와 그리로 돌아가는 내 소명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다. 내가 누구인지 느끼고 그대로 살아내는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온 확신이다. 이 확신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감각들을 지반으로 삼지 않는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살아간다. 지금 이렇게 살아 있어도 1분 후를 알 수 없는 현실이 우리네 생이다. 나의 긴장과 불안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순간에, 나는 스스로 살아있음을 확신한다. 내 발이 땅을 딛고 있다. 나를 받쳐주는 건강하고 비옥한 땅에 나는 심겼다. 땅에 웅크리고 앉았든, 뻗어 누웠든 아무 상관없다. 모두 괜찮다. 나의 땅이 되신 하늘이 나의 편이다. 우리 아버지와 그 아드님이신 주님과 또 협력자이신 성령께서 나의 편이 되어 주신다. 나는 꿈을 꾼다. 누군가의 땅이 되어 주리라. 나를 밟고 일어설 그대에게 작은 텃밭이 되어 기쁨의 꽃을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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