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축복이 필요한 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by 어엿봄

햇살 눈부신 청명한 아침,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후 군중을 배불리 먹게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인간 노동의 빵과 고통의 술을 성찬례에 봉헌하니 주님의 몸과 피가 되어 우리에게 생명을 준다. 2013년 3월 13일 선출된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처음으로 대중에 인사하시던 그 밤, 그분은 그들을 축복하시기 전에 먼저 주님께서 당신을 축복해 주시기를 기도해 달라고 광장에 모여있던 모두에게 청하셨다. 축복을 위한 기도가 축복이 되어 우리들 머리 위에 쏟아지도록 하신 것이다.


저 높이 솟은 푸르른 나무들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빌어본 적이 없다. 나는 그들을 보살피고자 그들을 마음으로 껴안고 기도했으나, 그들이 닿는 그 하늘이 나를 축복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었다.


자신을 위해 빌어달라고 후렴구를 다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나는 누군가의 기도 부탁을 받으면 흔쾌히 마음속 저장고에 담아뒀다가 성체로 내 안에 오시는 주님께 지향을 봉헌하곤 한다. 그런데 유독 그렇게 입버릇처럼 기도를 부탁하는 이들에게는 마음이 쓰이질 않았다. 늘 남을 위한 기도가 먼저라는 생각에, '남'이 아닌 '나'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괜히 심술이 났다.


그런데 그들의 '나'가 어쩌면 '남'을 위해 선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늘에서야 든 것이다. 내가 있어야 너도 있다. 나는 사랑이 지나가는 한 자리가 되어 너에게 열린다. 내게 쏟아지는 하늘의 축복이 너를 위해 있다. 교황님은 첫 강복을 주시기 전에 겸손히 고개를 숙이시고 신자들의 기도를 청하셨다. 그리고 언제나 말미에 "저를 위해 기도하기를 잊지 말아 주세요." 하고 부탁하셨다. 그 기도의 끝은 당신 스스로가 아니었다. 언제나 그분이 사랑하고 함께 하기를 원했던 그의 양 떼들이었다.


나를 위한 기도를 청하는 게 왠지 모르게 이기적인 것 같았었는데, 종착지가 아닌 출발지로서의 기도를 청해야 한다는 걸 새롭게 깨닫는 오늘이다. 내가 가진 빵을 굶주린 이들과 나누길 원한다. 나의 작은 한 마디가 당신을 위로하고, 나의 작은 손이 당신을 일으키길 바란다. 내가 사랑의 도구가 될 수 있기를 다시 간절히 바라는 오늘이다. 당신의 기도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나의 꿈이니, 나는 당신의 축복과 기도가 필요하다.


잊지 말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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