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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지손가락 관절 이야기

건강관리의 소중함

by 시절청춘

인생 전반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문득 오른손 엄지손가락 관절이 어색하게 많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언제 다친 건지도 모르는, 너무나 오래된 손가락의 기형적인 모습. 관절은 늘 그 자리에서 삐죽 튀어나와 있었지만, 나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살아왔었다.


2023년의 어느 봄날, 평소에도 자주 먹던 자장면과 짬뽕을 먹으러 갔었다. 나의 최애음식인 중화요리. 하지만 그날은 젓가락을 쥐는 순간, 엄지손가락 관절에서 찌릿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잠깐 스쳐가는 통증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날짜가 지나갈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급기야는 라면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면 요리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니… 그 답답함에 결국 병원을 찾게 되었다.

몇 군데 병원을 다녀본 후 들은 이야기는 한결같이 매정하기만 했다.


“왜 이제야 오셨어요? 인대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어요?”


젊은 날, 축구공과 농구공에 손가락이 꺾였던 기억들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파스나 붙이고 넘겼었던 과거가 후회스럽게 다가왔다.


병원에서 얘기한 치료 방법은 두 가지였다.


‘인대 재건술’과 ‘관절고정술’. 하지만 오랜 시간 인대가 없었던 탓에 재건술의 효과는 미지수였고, 대부분의 의사분들은 관절을 완전히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관절고정술을 권했다.


엄지손가락 관절이 굳어버리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은 물론, 장애 진단까지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을 고민하며 다른 병원을 더 알아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원주에 있는 연세정형외과라는 곳을 찾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의사분은 내 손을 꼼꼼히 살펴보시더니,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손가락을 살리는 수술을 합니다. 죽이는 수술은 하지 않아요. 다소 불편하더라도 아직 젊으니, 인대 재건술로 손가락 관절을 살려봅시다.”


그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내 엄지손가락 관절은 이전처럼 완벽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젓가락질을 할 수 있고, 글씨를 쓸 수 있을 정도는 된다. 힘을 주는 동작은 안되지만, 웬만한 일상생활은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때 관절고정술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물론 2년 정도 시간이 경과하다 보니 또다시 통증은 시작되고, 조금씩 심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있다.



요즘 나는 필사 노트를 쓰며 글씨 연습도 같이 병행하고 있다.


예전의 내 필체와는 달리, 엄지손가락에 최대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새로운 필체를 찾아가려 노력하는 중이긴 한데, 역시 쉽지는 않다.


평생을 써왔던 방식을 갑자기 바꾸려니 어렵다.


한 번씩 의식하고 글씨를 적다 보면, 삐뚤빼뚤한 글씨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꾸준히 연습하면 언젠가는 내 마음에 드는 글씨를 쓸 수 있을 거라는 착각도 해보지만.. 글쎄.. ㅋ


엄지손가락 관절 하나가 이렇게까지 큰 불편함을 가져다줄 줄은 미처 몰랐다.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을 느끼거나 통증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으시길 권하고 싶다.


작은 귀차니즘과 불편함이 나중에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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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이미지 출처 > 서울 아산병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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