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天職) : 하늘이 내려준 직업
정화수 한 그릇 맑게 떠놓고
정성스레 기원하는 마음.
아직 이른 새벽의 침묵을 깨우며
간절히 두 손 모으는 마음.
그 깊고 간절한 기도는
어느 날 문득 눈앞의 현실이 되기도 하고,
오래 품어온 단단한 생각은
어느새 나의 궤적, 내 삶이 되어 있기도 하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시간.
어쩌면 내게 찾아온 이 모든 기적은
우리의 짙은 간절함이
조용히 세상을 움직여 맺은
눈부신 결실일 테지요.
젊은 시절의 저는 세상에 '천직(天職)'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하늘이 제게 딱 맞게 내려준 운명 같은 직업, 언젠가는 그 일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죠.
아이러니하게도 36년이라는 긴 세월을 바친 저의 군 생활은, 처음엔 천직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학업을 무사히 마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였고, 잠시 머물다 떠날 정거장쯤으로 여겼으니까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이 길은 제게 맞는 옷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숱한 고비와 위기 속에서도 끝내 군복을 벗지 않았던 걸 보면 말입니다.
처음엔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들었고 수없이 전역 지원서를 던지고 싶었지만, 그 거친 일상 속에서도 나름의 보람과 즐거움을 기어코 찾아냈습니다.
사실 제 소심하고 차분한 성향을 아는 사람들은 제가 군인이라는 사실에 종종 의아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를 아주 깊이 아는 이들은 "그 길을 걷지 않았다면 절대 안 됐을 사람"이라며 천직임을 인정해 주더군요.
심지어 사주팔자에도 관운이 뚜렷하게 들어있다고 하니, 제가 이리저리 갈등하며 돌아온 길도 결국은 하늘이 정해준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었나 봅니다.
이제 저는 그 길의 끝자락에서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마무리를 짓고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떠나는 것이 아쉬울 만큼 이 생활에 짙은 정이 들어버렸습니다.
작년에 조금 일찍 짐을 쌀 수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이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후회는 없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는 건 참으로 큰 축복이니까요.
사람들은 늘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일을 찾고 싶어 합니다.
때로는 평생 이룬 것을 과감히 버려두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죠.
참 신기하게도, 지금의 제가 딱 그렇습니다.
제 인생의 대부분을 각 잡힌 군인으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이렇게 펜을 들고 시를 쓰며 에세이를 적는 것을 그 무엇보다 좋아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우연한 기회에 첫 공저 시집을 낸 것에 이어, 또다시 단독 출간을 향해 조심스레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천직이라 믿었던 36년의 전반전이 저물어가는 지금, 글쓰기라는 뜻밖의 두 번째 천직이 제 후반전의 입구에서 설렘으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도, 일상이 벅차오르는 자신만의 '천직'을, 혹은 마음을 뜨겁게 하는 '글'을 꼭 찾아보시기를 응원합니다.
천직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걸어간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름이다.
《김광석 -서른 즈음에 》
[Gemini 활용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