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가늠줄 끝에서 내 삶의 영점을 맞추다

가늠줄 (수직이나 수평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줄 / 행동이나 생각의 기준

by 시절청춘

가늠줄



푸른 회색빛 새벽녘,
허공에 매달린 가늠줄이
거친 바람에 실려
좌우로 위태롭게 흔들린다.


옥상에서부터 길게 내려온
얇은 줄 끝에 매달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작은 추.


어느 찰나,
가늠줄은 마침내 정중앙에 멈춰 서고
그 흔들림 없던 순간을
과거의 기록 위에 단단히 새긴다.


세상은 늘 소란스럽게
나를 향한 줄을 흔들어대지만,
나의 마음은 묵묵히 중력을 향해
제자리를 찾으려는 저 추와 같다.


거창한 말이나 화려한 직함보다
내가 향할 곳을 정확히 가리키는
바른 중심을 잡기 위해
오늘도 나는 조용히 글을 적는다.


지금까지 잘 견디며 살아왔듯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한다는 것은,
건물을 올릴 때 중심을 잡는 가늠줄처럼
내 삶의 흔들림 없는 균형을 유지하는 일일 테니.



마음의 조준선 정렬 : 인생 후반전을 위한 영점 사격


"거센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건축물은 화려한 외벽 덕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늠줄'을 지킨 설계자의 정직함 덕분이다."


어린 시절, 동네에 야시장이 서는 날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공기총 사격 게임을 하곤 했습니다.

남자들은 저마다 군대에서 '특등사수'였다며 여자친구 앞에서 으스대곤 했지만, 정작 인형을 정확히 맞히는 사람은 드물었죠.

가늠자와 가늠쇠를 아무리 표적에 일치시켜도 총알은 자꾸만 엉뚱한 곳을 향했습니다.

나중에야 상인들이 총구를 살짝 휘어놓았다는 소문도 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빗나간 영웅심이 만들어낸 핑계였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흘러 군에 입대하고 진짜 사격을 배우는 순간이 오면, 가장 먼저 '사격술 예비훈련(PRI)'을 받게 됩니다.

전진무의탁이라는 동작도 힘이 들지만, 기본기를 제대로 익히게 해주는 과정입니다.

총열 위에 바둑알을 올려놓고 방아쇠를 당기는 연습도 포함되어 있죠.

손가락에 아주 작은 힘이라도 억지로 들어가면 바둑알은 어김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본인도 모를 미세한 떨림조차 통제하며,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기는 법을 몸에 익히는 과정.

군복을 입었다고 저절로 총을 잘 쏘는 것이 아니라, 이 지루하고 고된 기본기를 부단히 반복했기에 명사수가 되는 것입니다.

사격의 핵심은 결국 '기본기'입니다.

가늠자와 가늠쇠를 일직선으로 맞추는 '조준선 정렬'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총과 커다란 표적을 주어도 결코 명중시킬 수 없습니다.

내 눈은 오른쪽을 보는데 총구는 왼쪽을 향하고 있다면 허공에 총알을 낭비하게 될 뿐입니다.

명확한 목표를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어느 방향을 향해 서 있는지, 내 마음의 조준선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제 저는 익숙했던 영점을 지우고, '인생 후반전'이라는 낯선 사로(射路)에 다시 섰습니다.

36년간 머물렀던 군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눈 감고도 표적을 맞히는 베테랑이었을지 몰라도, 다가올 사회라는 새로운 필드에서는 아직 영점조차 잡히지 않은 초년생이나 다름없습니다.

어설픈 으스댐은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겸손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제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저는 이제 마음의 '가늠줄'을 정중앙으로 길게 늘어뜨려 봅니다.

처음부터 정중앙을 꿰뚫는 사람은 없습니다.

흔들리는 추를 잠재우고 조준선을 가다듬는 이 치열한 노력의 시간이, 훗날 내 삶의 과녁 한가운데에 정확히 가닿기를 바라며 오늘도 저는 부단히 제 마음의 영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총과 커다란 표적이 주어져도, 조준선이 흐트러지면 결코 명중할 수 없다. 인생의 새로운 과녁을 맞히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마음의 영점을 다시 잡는 일이다.



《윤종신 - 오르막길》

https://youtu.be/OzCaD88h8tk?si=bRQIsRribbgA_n_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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