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를 마치며...
저는 지금 경복궁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영추문이 오늘따라 더 고즈넉하면서도 분위기 있어 보이네요.
‘과연 내가 방대한 경복궁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하고 시작했던 경복궁 알기 시리즈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경복궁,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서울에서 꼭 가야할 명소로 꼽는 이곳을 20년 넘게 오가면서 저만 경복궁의 역사와 매력을 알고 있기에는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죠.
경복궁은 참 신기합니다. 가장 복잡한 서울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경복궁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 조용해집니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경복궁을 둘러싸고 있는 북악산이나 인왕산을 볼 때면 서울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나 싶은 생각에 저도 모르게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되죠.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경복궁의 한 전각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하던 때였습니다. 처마 밑으로 ‘똑똑’ 빗방울이 떨어지던 장면이 지금도 제 가슴 속에 낭만처럼 채워져 있습니다. 눈이 많이 오던 날도 그랬습니다.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는 소식에 경복궁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챙겨 무작정 경복궁으로 향했던 적도 있었죠.
봄에는 살랑이는 봄바람 속 사각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경복궁을 걷는 것이 좋았고, 여름에는 초록초록한 나무들과 함께 쨍한 여름 햇살을 맞이하는 게 오히려 기쁨이었습니다. 가을에는 붉게 물든 주변 산들 속 경복궁의 고즈넉함과 가을바람이 저를 여유롭게 만들었고, 겨울에는 처마 위에 쌓이는 눈을 보는 것도, 또 눈 덮인 경복궁의 신비로운 설경을 보는게 참 운치있고 좋았습니다. 그렇게 경복궁의 사계절은 제게 참 애뜻하고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시대 문장가였던 유한준 선생의 말이라고 전해지는 이 구절, 제가 경복궁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러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소풍 장소로 시작했던 그 곳이, 공부하고, 또 자주보고 느끼고 하면서 제게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20년이 넘었으니, 저의 청춘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아직은 더 많이 배우고, 채워나가야 할 것도 많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경복궁 알기’ 시리즈를 적어내려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의 20년 넘는 문화유산해설 활동에 대한 추억과 배움의 정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경복궁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바쁜 일상 속 잠시 시간을 내어 경복궁을 찾는 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위주로 현장의 경험까지 정성껏 담았습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경복궁에 갈 때, 가방 또는 휴대폰 속에 이 글들을 쏙 넣어 가서 틈틈이 보며 든든하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딱딱한 역사서가 아니라, 경복궁에 대한 말랑말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마음을 두드리는 그런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20년처럼, 앞으로의 20~30년도 저는 경복궁의 매력을 느끼며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제게는 너무나 많은 추억과 배움을 준 곳이기 때문이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도 앞으로 함께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머지않아 경복궁에서 반갑게 여러분과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