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주식

이라면 참 좋을텐데

by 하빈

과하게 일반화하는 것일 수 있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고 싶은 것을 구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내가 약간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어려움에 공감해줬으면 좋겠으니까 :> 사람은 지극히 사회적인 동물이라 주변 관계와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여타 다른 동물들도 그러하듯이. 나도 마찬가지다. 가끔 나는 내가 정말 어릴 적에 꾸었던 꿈이 정말 내가 꾸었던 꿈이 맞는지 의문이 들고, 사소하게는 내가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도 내가 진정으로 즐거이 여기고 있어서 찾아간 방향인지,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 동영상 자동 추천 알고리즘을 아예 꺼버렸다. 극단적인 편.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그래도 내가 진짜 좋아하고 오래할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티가 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헷갈리는 분야가 있다. 바로, 주식이다. 나는 주식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주식을 좋아하고 싶어 하는 걸까?


나는 재태크 스터디도 해봤고, 최근에는 사내 주식 스터디에 가입했다. 회사원이 된 이후 재태크에 꾸준하게 관심을 쏟으려고 꽤나 노력 중이다. 부동산 투자도, 채권 투자도 공부해봤지만 그나마 실천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주식 뿐이다. 아무래도 나 주식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 다양한 방법을 꽤나 (내 기준)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공부하며 보람도 얻고, 때때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날이면 '혹시 주식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아예 금융공학이나 경제 쪽으로 진로를 틀어? 근데, 진짜 주식 취미로 하는 주변 사람들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나 그냥 돈을 벌고 싶어서, 주식이 취미인 사람들이 부러워서, 주식을 좋아하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근데 주식 관심 없는 사람들이랑 비교하면 이 정도면 주식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한데!


처음 시작은 어리버리한 신입일 때,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그 때로 돌아간다. 비트코인으로 희노애락을 크게 겪는 선배들과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나는 비트코인은 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식은 그보다 오히려 안전해보였고 어느 날 밤에 충동적으로 야밤에 비대면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일단 친구의 회사를 계좌에 담았다. 오를 거라고 했다. 이번에 신제품이 나올 거라고 했다. 내부자의 정보, 이럴 때 인맥 쓰는거 아니겠어? 그렇게 순식간에 계좌 수익률 -50%. 크지 않은 돈으로 이 짓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부동산은 나 같은 평범한 이 시대의 청년에게는 진입이 쉽지 않다. 읽은 책만 늘어가고 어디서 줏어 들은 지식만 쌓여가다가, 슬금슬금 주식을 그 동안 꾸준히 한 친구들이 실질적인 수익을 얻은 이야기를 들었다. 또, 실천하지 않을 거면 시간을 왜 쏟고, 재태크 공부를 왜 한거야? 라는 말을 듣고 내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전혀 모르겠어서, 막무가내로 유명하다는 사람의 책을 읽었다.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부터 시작해서, 퀀트 투자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를 따라하고, 재무재표 보는 법을 배웠다. 여전히 실천력은 낮았지만, 태생부터 이과라고 생각해온 인생에서 전혀 다른 분야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 나가는지 보는 것이 때때로 흥미로웠다. 와, 세상에는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할 지 모델링 한 것으로 논문을 내는 분야도 있구나! 오랫동안 엔지니어로 일해온 나는, 사람들의 사회적 약속을 통해 만들어진, 그 약속이 없어지면 그저 종이나 숫자에 불과한 돈을 연구하는 것이 신기하고 신선했다. 주식은 나에게는 평상시에 만나기 어려운, 유럽이나 제주의 게스트하우스에서나 만날 수 있는 세상의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같다. 그래서, 흥미롭다.


주식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도파민 제공처가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분야가 '돈'이라는 것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물욕이 크게 없는 사람이다. 명품을 가진 친구들의 넉넉함이 부럽지만, 그 명품이라고 특별히 더 예뻐보이거나(물론, 내 취향에 팍 꽂혀서 몇 번이나 눈으로 매만지는 명품들도 있긴 하지만) 가지지 못한 내 삶을 비관적으로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 삶에 대한 자율성을 크게 욕심내는 사람이다. 내가 내키는 곳에서 밥을 먹고, 원하는 곳에서 거주하며, 관심있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삶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 차라리 명품을 좋아하는게 가성비가 더 좋을지 모른다. 이건 더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난 아주 욕심쟁이다. 그래서, 나는 구체적이지 않고 매우 추상적으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식은 너무나 좋아하고 싶은 취미 활동이다. 재밌고 좋아하는 취미인데 돈도 벌 수 있어? 이게 무슨 환상의 나라, 날개달린 유니콘 같은 말이란 말이람! 게다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고도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것에 큰 도움을 주는 화폐를 제공해준다니! 많이 뺏어가기도 한다는게 문제. 세상에 이런 취미가 어딨지? 난 이렇게 흑심이 가득한 마음으로 주식을 좋아한다. 그냥 돈을 좋아하는 거라고 말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끊임없는 해야하는 것에 대해 자기 세뇌로 점철된 삶을 살아와서 그런가, 다른 사람에게는 쉬울 수 있는 이 두가지의 구별이 나에게는 너무 어렵다. 내 인생을 내가 설계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제 좀 알겠는데, Positive에 대한 내 감정을 찾아 보는 일도 쉽지 않다. 가슴이 뛰는게 정말 열정과 흥분 때문인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인지 구별하기가 어렵다.


아무래도 주식은 좋아하고 싶은 것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도 세상에 있는 수많은 좋아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그래도 좋아하는 것에 좀 더 가까이 찍힌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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