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흴 사랑하지 않기. 어떻게 하는 건데
나는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세상에서 동물이 제일 좋다.
모든 털 달린 동물이 사랑스럽고 귀엽다. 그리고 신기하다.
나는 좋지 않은 시력이어도 아주 멀리서 자박자박 걸어오는 강아지들은 언제나 발견해 낼 수 있다.
운 좋게 내 텔레파시를 읽으신 다정한 견주께서 강아지와 인사할 수 있게 해 주시면 나는 주먹 쥔 손을 내밀어 강아지와 인사한다. 그러면, 강아지는 킁킁 촉촉한 코를 대고 내 손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다. 가끔,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가 내 손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안아달라 달려들면 그날은 계 탄 날이다. 그럼 나는 잠시 외부세상과 단절되어 쉴 새 없이 두 손으로 내 사리사욕을 가득 채운다. 나는 아주 가끔 있는 그런 날들을 내 소중한 순간으로 간직한다.
학창 시절에는 내가 동물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과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동물을 좋아하는 건 모두가 그런 거 아닌가? 그런데 성인이 되고 더 즐겁고 좋아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친구들은 나만큼 동물에 관심을 계속 갖지 않았다. 친구는 동물을 좋아하기보다는 키우는 반려견을 좋아하는 거라고 했다. 다른 친구는 강아지 고양이보다는 이제는 애기가 더 이뻐 보인다고 한다. 다들, 동물을 볼 수 있는 동물원보다는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한다. 나는 왜 아직도 퇴근길에 부엉이 영상을 보고 삵 사진을 찾아볼까? 꼬물거리는 아기 고양이들의 하루를 관찰하며 발을 동동 구를까? 나, 왜 이렇게 동물에 진심이지? 매주 일요일 오전 물농장 조기교육 때문인가?
고민해 보았는데, 내가 동물을 좋아하는 포인트는 `무해함`에 있는 것 같다. 당장 육체적으로 나를 해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관점보다는 단지 동물들의 행동을 바라볼 때 느끼는 무해함. 동물들의 행동은 복잡하지 않다. 자취생활을 할 때, 보호소의 몸이 좋지 않은 고양이들을 몇 번 임시보호한 적이 있다. 잔뜩 경계한 고양이에게 츄르를 건네면, 고양이는 멀찍이서 뚫어져라 내가 건네는 츄르를 쳐다본다. 먹어도 안전할지 고양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가가서 조금 맛을 보게 해 주면 내 손을 꼭 쥐고 정신없이 츄르를 먹기 시작한다. 고양이는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 지금 이거 먹으면 앞으로 나를 아주 우습게 여기는 거 아니야?' 이렇게 체면을 차리지도, 나와의 관계를 고민하며 행동하지도 않는다. 당장의 안전과 눈앞에 놓인 츄르에 반응하는 그 단순함이 좋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행동도 솔직하다. 나와 3개월을 함께한 냥냥이는 호기심이 많은 어린 고양이였다. 냥냥이는 내가 샤워를 할 때면, 화장실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을 싫어하는 냥냥이는 자기 몸에 물을 부어대는 나를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그 호기심과 갸우뚱거리는 고개가 너무나 솔직해서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과거를 후회하며 자신을 자책하지도, 너무 먼 미래를 고민하며 불안에 억압되지도 않는다. 나와 처음 만났던 고양이 배트, 나는 배트에게 높은 위치를 선물하고 싶어서 창문에 붙이는 캣워크를 설치했다. 배트는 첫날부터 그 자리가 마음에 쏙 들었는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DIY로 설치했던 캣워크는 며칠 뒤 바닥으로 떨어졌고, 배트는 다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놀랐다. 그 뒤로 훨씬 안정적으로 지지대를 추가하고 몇 번의 테스트도 거쳐서 재설치했지만, 배트는 우리 집에서 나갈 때까지 그 캣워크를 다시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배트가 전에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을 자책하고 후회했을까? 제대로 설치해주지 않은 나를 원망했을까?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배트는 그곳이 좋아서 올라갔고, 떨어지고 위험한 곳으로 인식해서 다시 올라가지 않을 뿐이다. 내가 미안해서 싹싹 빌었지만, 배트는 그저 내가 손바닥을 비비는구나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난 그런 고양이들의 행동에 편안함을 느꼈다.
이번에 찾은 나의 14번째 좋아함은, 동물이었다. 주제를 찾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그냥 내가 보는 유튜브 영상들을 나열해 보면 되니까. 하지만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동물이 왜 좋냐고? '아 모르겠고 그냥 너무 귀엽고 따뜻하고 사랑스럽잖아!!'
몇 개의 문단이 있었고, 몇 번이나 지워졌다가 다시 쓰였다. 들인 시간에 비해 많은 것을 생각해내진 못했지만, 이번에 좋아하는 것을 찾으며 알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다면.
사람의 좋아함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자기감정에 솔직하기를 숨 쉬듯이 하는 동물들이 사랑스럽다. 그들의 솔직한 행동과 숨겨진 의도 없이 다른 생물체에게 하는 행동들이 나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동물들은 그냥 본능적으로 행동했을 뿐인데, 그 모습을 영상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나에게 왜 행복감을 주는지. 클라이밍은 성취감을 주고, 주식은 돈을 주고, 다른 건 잘 알겠는데 이건 도대체 왜 좋은 거지? 정말 모르겠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솔직해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늘 이렇게 생각했다. '나만 좋아해? 동물은 다 좋아해' 나는 그들에 대해 더 잘 알고 싶고, 더 가까이 있고 싶다. 이런 감정을 남들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다른 분야의 직장인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향이 펼쳐졌을지도 모르는데, 그 점이 너무나 아쉽다.
행복은 계란처럼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래서 좋아하는 것, 내 행복을 계란처럼 한 판을 채우자는 계획을 세웠다. (무슨 연관관계지..? 일단 있어 보이는 척해봄) 지금 반절 정도 왔는데, 솔직히 점점 주제를 생각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내가 살아온 세월 동안 1년에 하나씩만 채워도 한 판이 충분히 될 텐데, 이게 이렇게 어려운 게 말이 되나? 좋아하는 것 찾기가 어려워지며 오히려 내 삶을 정말 다시 돌아보는 기분이다. 모두들 흰 종이를 펴고, 좋아하는 거 30개를 채워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