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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를 가르치는 중입니다 - 마지막 이야기

누군가의 유년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는 그런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by 금쪽이선생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나는 내 삶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지나온 시간 속, 수많은 부끄러움과 후회들이

어느 날부터 내 삶의 수면 위로 떠올라 치워지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는, 누군가의 상처였고,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싶다.

선생님이 되어 곧 20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사실

가장 많이 배우고 있는 사람이다.

어떤 아이는 예전의 나처럼 말 안 듣고,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어떤 아이의 우울한 눈빛은 자꾸 마음이 쓰인다.

그 아이들을 보며


"그때 나에게 이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하고 문득 생각한다.

아이들 앞에서 웃고,

책상에 기대앉아 상담하고,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그 모든 순간,

나는 사실 나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가 그냥 이렇게 입 닫고 살아도 되는 거야?'


이 글을 통해 내가 한 일은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었다.

정리하고, 끄집어내고, 사과하고, 이해하고…

그 모든 시간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참 다행스럽다.


나는 여전히 완벽한 교사는 아니다.

부모로서도 서툴다.

하지만 아이 셋을 키우면서,

아이들 앞에서 서 있으면서,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는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내 지난 고백들을 보며 속으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맞다.

말로 모든 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냈다.

내가 엉망이었던 시절을,

내가 사랑받고 싶었던 시간들을,

그리고 지금은 누군가를 올바르게 사랑하고 싶은

‘현재의 나’를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다.


나는 어린 시절의 양육 방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좌우하는지를

몸소 겪어왔다.

특히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시절,

그 시기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 시절 잘못된 길로 빠지면,

다시 바른 길로 돌아오는 데는

두 배,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많은 고통과 방황이 따라온다.


하지만,

삶의 동반자를 어떻게 만나는가에 따라

그 시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내가 그랬다.

나의 아내, 나의 아이들, 그리고 학생들의 눈빛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누군가의 유년 시절이 흔들리지 않도록

누군가가 길을 잃지 않도록

나는 그런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

때로는 조용히 곁을 지키고,

때로는 단호하게 손을 잡아주는

그런 어른.

그런 선생님.

이제는 누군가의 아이가

‘나 때문에 괴로워진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나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다’는 고마움을 안고 자랄 수 있도록.

이제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그 선생님으로

조금씩 완성되어 가고 있다.


누군가의 유년 시절이 흔들리지 않도록.

누군가가 길을 잃지 않도록.

나는 그런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



긴 이야기를 따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끝으로, 브런치 [금쪽이 선생님]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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