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옛날 옛날, 아주 아주 먼 옛날에 행복한 서정동산이 있었어요. 그 동산에 개구쟁이 앙앙이가 살고 있었어요. 앙앙이는 꼬마 말똥구리예요. 앙앙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빠를 졸졸 따라다녀요. 아빠는 매일매일, 하루 종일 말똥을 굴리며 열심히 일했어요. 궁금한 것이 많은 앙앙이는 아빠를 따라다니며 쉬지 않고 말해요.
“아빠, 이게 무슨 소리죠? 아빠, 오늘은 어디로 가요? 아빠,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아빠, 아빠, 아빠!”
말수가 적은 아빠는 앙앙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허허 웃기만 해요.
햇볕을 쪼이고 바람을 맞으며 앙앙이는 쑥쑥 자랐어요. 거의 아빠만큼 자랐어요.
하루는 아빠가, “앙앙아, 이제 나가야지?” 하고 불렀는데 아무 대답이 없네요. 머뭇거리던 아빠는 혼자서 말똥을 굴리러 갔어요. 아빠가 나가자 앙앙이가 중얼거렸어요.
“칫, 뭐 하러 매일 저렇게 말똥을 굴리신담? 이제부턴 안 따라다닐 거야. 아빠처럼 말똥 굴리는 일은 안 할 거야. 냄새나고 더러워. 흠, 시냇가에나 가 볼까?”
앙앙이는 해살이 반짝이는 시냇가로 갔어요. 바람도 싱그럽고 풀냄새도 좋아요.
“아 좋다. 여긴 냄새가 너무 좋아.”
“야, 앙앙아! 말똥 굴리러 안 가고 여기 웬일이니?”
휑하고 나타난 수다바람 아줌마가 물었어요. 앙앙이는 대답 대신 풀 위에 누워 구름이 움직이는 것도 보고 나비며 풍뎅이가 날아가는 것도 보고 나뭇잎이 반짝이며 햇빛을 삼키는 것도 보아요.
수다바람 아줌마는 휑하고 아빠 말똥구리한테 갔어요.
“어머, 앙앙이가 다 컸나 봐. 호호호! 이젠 안 따라다닌대요? 어쩌고... 저쩌고...”
아빠 말똥구리는 언제나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말똥을 굴리는 데만 열중할 뿐이죠.
시냇가에서 하루는 금방 흘러갔어요. 배가 고파진 앙앙이는 그곳을 떠나기가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아빠가 물었지만 “그냥요.”하고 마네요.
다음 날도 앙앙이는 유리처럼 빛나는 맑은 시냇가에 나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아요. 그때 예쁜 얼룩무늬 풍뎅이가 “위잉, 윙” 소리를 내며 구름을 가로질러 날아갔어요. 앙앙이는 고개를 죽 빼고 얼룩 풍뎅이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어요.
“우와, 예쁘다. 예쁜이 풍뎅이! 하늘을 나는 것이 멋져!”
앙앙이는 하늘을 나는 풍뎅이가 너무나 멋져 보였어요.
“나도 날고 싶다. 날아서 저 애랑 친구가 되었으면...”
앙앙이는 언덕으로 올라가 하늘을 나는 연습을 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높은 곳에서 그냥 뛰어내렸어요.
“아얏! 휴우”
긁히고 상처가 났지만 앙앙이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예쁜이 풍뎅이를 떠올리며 다시, 또다시 뛰어내렸어요. 지나가던 수다바람 아줌마가 휑하고 달려가 아빠 말똥구리에게 알려 주었어요.
“아이고 말똥구리 양반, 앙앙이 저러다 앙앙이 큰일 나겠어. 가서 좀 말려요. 왜 저렇게 계속 뛰어내리는 거야? 몸이 다 상하겠어...”
아빠 말똥구리는 아무 말 없이 말똥만 굴렸어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앙앙이는 쉬지 않고 언덕을 뛰어 내렸어요. 아빠 말똥구리는 매일매일 말똥을 굴렸어요.
“언젠가는 날게 될 거야.”
구슬땀을 흘리며 앙앙이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요. 그때, 예쁜이 풍뎅이가 코를 막으며 말똥구리 옆으로 다가왔어요.
“너 뭐 하는 거니? 뛰어내리는 말똥구리는 처음 봤어.”
예쁜이 풍뎅이를 보는 순간 앙앙이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어요.
“아, 너구나. 저... 너처럼 날아 보려고...”
그 말을 듣자마자 예쁜이 풍뎅이는 까르르 웃었어요.
“호호호, 호호호, 너무 웃긴다, 얘. 너무 재밌어.”
무안해진 앙앙이가 물었어요.
“왜? 왜 웃는 거야?”
“하늘을 나는 말똥구리는 본 적이 없는걸...”
“하지만 날 거야. 두고 봐.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갑자기 예쁜이 풍뎅이는 말똥구리를 골려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좋아, 나처럼 날면 친구가 돼 주지.”
“뭐 정말?”
앙앙이는 예쁜이 풍뎅이의 말에 가슴이 벅찼어요. 처음부터 죄다 보고 있던 수다바람 아줌마가 깜짝 놀랐어요.
“어머, 어머, 앙앙이 저 녀석, 어쩌려고 저래? 저러면 안 되는데. 이거 큰일이네. 얼른 앙앙이 아빠에게 알려줘야지.”
수다바람 아줌마는 휑하니 아빠 말똥구리에게 갔어요. 여전히 말똥을 굴리고 있는 앙앙이 아빠에게 보고 들은 것을 빼놓지 않고 말해 주었어요.
“어떻게 좀 해 봐. 앙앙이 저러다 큰일 나요.”
아빠 말똥구리는 땀을 닦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수다바람 아줌마는 답답한지 가슴을 통통 치며 휑하니 가버렸어요. 아빠 말똥구리 주위에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어요.
앙앙이는 열심히 연습했어요.
“하늘을 나는 것도 멋지고, 예쁜이 풍뎅이와 친구가 되는 것도 너무 좋아.”
온몸에 멍이 들고 아팠지만 앙앙이는 멈추지 않았어요.
“한 번만, 한 번만 더 해보는 거야.”
기운이 다 빠져 버린 앙앙이는 마지막 힘을 내어 뛰어내리는데, 예쁜이 풍뎅이가 귓가를 스치며 말했어요.
“바보! 나랑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시커멓고 냄새나는 게, 내 친구가 된다고? 네가 날 수 있다고? 어림없는 소리 호호호, 호호호...”
갑자기 힘이 빠진 앙앙이는 바닥에 털썩 엎어져 움직일 줄 몰랐어요. 예쁜이 풍뎅이 웃음소리가 하늘 저편 멀리멀리 사라졌어요. 앙앙이는 그제야 예쁜이 풍뎅이가 자기를 놀렸다는 것을 알았어요. 온몸이 아프고 움직일 힘도 없었어요. 간신히 기어 엉금엉금 시냇가로 갔어요. 쓸쓸한 마음으로 시냇물에 비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자기랑 비슷한 말똥구리 얼굴이 불쑥 나타났어요.
“어머, 상처 좀 봐. 아프겠다. 그대로 있어. 내가 도와줄게.”
처음 보는 여자 말똥구리였어요. 그 말똥구리는 앙앙이 상처를 조심스레 씻어주었어요. 앙앙이는 가만히 엎드려 있었어요. 여자 말똥구리한테 말똥 냄새가 났어요.
“애한테도 말똥 냄새가 나네.”
참 신기했어요. 말똥 냄새가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어요!
“자, 다 씻었어. 저쪽에 가서 좀 쉬어.”
친구 말똥구리가 가리키는 곳은 경단처럼 예쁘게 빚은 말똥이었어요.
마침 지나가던 수다바람 아줌마가 이 광경을 보더니 입이 쩍 벌어졌어요. 입이 근질근질해진 수다바람 아줌마는 치마를 펄럭거리며 아빠 말똥구리한테 달려갔어요. 마음이 급해 재빠르게 달리자 풀이랑 나뭇가지가 마구 휘어졌어요.
“이봐요, 앙앙이 아빠, 앙앙이 아빠, 앙앙이가 저 너머에 사는 송송이를 만났는데... 아 글쎄, 송송이가 앙앙이를 간호해 주지 뭐야. 호호호! 호호호!”
아줌마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계속 수다를 떨었어요. 말똥구리 아빠는 말똥을 굴리다가 잠깐 멈추고 땀을 닦으며 말했어요.
“수다바람 아줌마, 아줌마가 달려오니 참 시원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