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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험
늙는 것이 두렵다면
날 좀 보게나
억센 황소의 누런 빛깔에
식빵처럼 울퉁불퉁한 이 멋진 근육을
어험
저 옛날 구박받던 시절
꽃 같지도 않은 호박꽃이라고
바보, 못생긴 호박이라고
놀림감 되어 허전한 가슴 안고 돌아눕던 시절
다 참아 내고
날카로운 사마귀 다리와
시끄러운 한 여름 매미와
풍뎅이며 진드기마저 견디어 내면
어험
만져 보게나
갑옷처럼 단단한 이 껍질을
어험
맛 좀 보게나
애호박은 죽어도 만들 수 없는
세월이 익어 진하게 구워낸
늙은 호박의 달고 단 호박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