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상에 시인이 어찌 그리도 많은지
밤샌 술꾼처럼 벌건 눈으로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시를 토해 내는지
세상에 할 말이 어찌 그리도 많은지
주워 모은 단어들을
짓고 허물기를 수백 번
끓는 기름에 물 튀듯
쉼 없이 재잘대는 그들
세상에 슬픔이 어찌 이리도 많은지
끝없이 울어대는 시인들 덕에
원고지 마를 날이 없으니
기쁨은 또 어찌 이리도 많은지
서로 껴안고 등 두드리고
소리치며 춤추고
잔 부딪치는 소리 요란한지
언제 어디서나
시인 없는 세상은 없으리
손발 꽁꽁 묶고 입 봉해도
시인은 결코 침묵하지 않으리
읽고 쓰고 듣고 말할 줄 알며
사랑하거나 미워하며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사람들
숨 쉬는 자 누구나 시인이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