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 운동을 하면 사진을 찍고 그룹 채팅방에 인증하는 모임을 하나 진행하고 있다. 그 모임의 취지는 서로 운동을 하고 사진을 공유함으로써 전달되는 동기부여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 이유로 시작했다. 모임에는 총 5명이 있고, 참가한 지 거의 2달이 되어간다. 인증 방식은 운동기구, 홈 트레이닝 관련 사진을 올리는 방식이다.
“님은 무슨 사진을 올리는 거예요? 검은 사진, 바닥사진.. ㅎㅎ“
채팅창에 올라온 방장의 말이다. 운동에 대한 사진 외엔 말 한마디 없는 채팅방이라 이 문장에 담긴 의미가 크게 느껴진다.
“저 말하시는 건가요?”라고 답하니 답장이 없다.
분명 나에게 하는 말이라고 느껴졌다. 최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사진을 한 번 인증한 적이 있어, 그 대상은 분명 ‘나’ 일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검은 사진을 올릴 때는 아플 때라 굉장히 드물고, 보통 아령 사진과 산책길 바닥 사진으로 인증한다.
방장이 지목한 '님'이란 대상이 누구 건 그 문장을 읽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이 단톡방에서 밥상을 엎어버리고 싶었다. 그간 들어온 애매한 화법을 통해 괜히 감정적인 사람이 되었던 과거가 떠오르면서 방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똑바로 말하라고 하고 싶었다.
애매한 화법은 정의할 수 없다. 정말 다양하고 무수히 많은 인간 군상들이 떠들어대기 때문에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문장에 대해서만 화가 났던 부분을 분석하고 추려보았다.
첫째, 대상이 불분명하다. 방장과 방장이 지목한 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님'이 누구인지 추측하게 한다. 그러면 그 대상은 좋은 주제가 아닌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지목당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둘째,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 방은 분명히 운동을 할 수 없을 때 검은 화면을 올리는 사람도, 가끔 운동과 관련 없는 사진을 올리는 상황도 때때로 존재했다. ‘운동사진을 꼭 올리지 않아도 이해받을 수 있는 곳이구나’라고 받아들였던 사람들도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직접적인 화법 즉, “이 사진은 운동사진이 아니니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다시 찍어 오세요.”또는 “저희는 이제 운동사진이 아닌 사진은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습니다.”와 같은 말이라면 누구든 받아들이거나, 이 그룹을 떠나거나 하는 한 가지로 타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매한 화법은 사람을 어떠한 행동을 취하게 할지 눈치만 살살 살피게 하는 간접적인 정치질처럼 느껴진다.
애매한 화법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한다. 그래서 애매한 표현으로 사람들이 알아서 이해해 주겠지라는 수동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수동적이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직접적으로 상처 주지 않으려 하지만 돌아 돌아서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이 화법은 본인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리더들이 주로 쓰는 화법이며 그룹 내에 사람들을 정치질하고 이간질할 수 있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화법을 쓰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야 함에도 단순히 연민을 가지고 대하기엔 사회의 암덩어리로 자랄 가능성이 다분하다.
누군가는 나쁜 마음을 가지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것이 말과 글이 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말과 글은 칼과 같아서 누군가를 찔러 죽이기도 한다. 그러니 끊임없이 연마하여 좋은 곳에 쓰이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__매너티 연